한나라당의 국회 대정부질문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인 대정부질문을 한나라당이 '박원순 청문회'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선 특정 후보에 관한 문제를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묻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민주당은 12일 "언제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이 지방자치단체장 보궐 선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장이 됐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명진 "박원순, 채찍 들고 재벌들에게 삥 뜯어…양아치 사업방식"
'대정부질문'은 말 그대로 국회의원이 국정 전반 혹은 특정 분야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묻는 자리다. 국회법 제122조의2항 '정부에 대한 질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런데 11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에서 제일 많이 나온 단어가 바로 '박원순'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악취나는 의혹투성이 후보", "재벌에게 삥을 뜯는다"는 등 거친 언어를 사용하며 박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특히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박 씨는 한손으로 채찍을 들어 재벌들의 썩은 상처를 내리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삥을 뜯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며 "저잣거리 양아치의 사업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도 "(박원순 후보는) 학생 기간에 등기소장을 하고 연수원을 다녔다"며 "악취나는 학력, 경력의 의혹투성이 후보가 표를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도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아름다운재단'에 대해 감사할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박 의원의 질문에 맹형규 장관은 "법적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감사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김황식 총리도 '아름다운재단이 200여개 단체에 19억 원을 지원하면서 기부금 나눠 갖기를 했다'는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사실이라면 온당치 않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민주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정략적 목적으로 남용"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12일에도 이런 행태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박 후보의 병역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입장에서 아무리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하다고 해도,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와 정책운용에 대한 질의를 해야 할 국회 본회의의 대정부질문을 선거운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이처럼 정략적 목적으로 남용하고 있으니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제도권 정당을 불신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질의자) 7명이 다른 질의는 안하고 근거없는 색깔론과 병역 문제로 공세를 했다"며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박원순이 무섭기는 무섭나 보다"며 "한나라당이 박원순 헐뜯기에만 골몰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유선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원세훈 국정원장 등 병역미필자가 주축이 된 정권에서 무슨 병역문제를 검증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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