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부지 매입 과정을 정밀하게 따져 처리하기보다, 일을 저지른 후에 수습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뒤늦은 청와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내곡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직 대통령의 가족이 '다운계약서' 논란에 휘말린 모양새다.
▲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 캡쳐 |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총 8필지의 내곡동 땅 중, 이시형 씨가 사들인 3필지, 그 중 2필지의 매매가가 공시 지가보다 터무니없이 낮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청와대 경호처도 공시 가격보다 낮게 매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노 의원은 "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딱 두건(두 필지)인데 지번 20-30과 20-36의 경우다. 20-30은 공시가격이 5364만 원인데, 이시형 씨는 44%인 2200만 원 정도에 샀고, 20-36은 공시가격이 1억2500만 원인데, 신고액은 8024만 원이다. 약 64%로 산 것"이라며 "왜 (청와대에서) 취등록세 세금 납부서를 안 가져오나 했더니 다운계약서를 작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 토지를 매도한 사람에게 엄청난 양도차액을 준 것이고, 국가와 이시형 씨는 취등록세를 탈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는 공시지가보다 실거래가보다 높다. 총 54억 원의 내곡동 부지의 공시지가가 23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노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납득할 수 없는 매매가다. 결국 4분의 1가격으로 땅을 사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 지점에서 다운계약 의혹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은 크게 당황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자제(이시형 씨)가 산 땅과 청와대가 산 땅을 분리해서 얘기하지 않아 큰 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명규 의원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해 줘야지, 국가 땅과 개인 땅을 혼동했으니 섞어서 얘기하지 말라는 것은 안 맞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청와대 참모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뒤늦게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가 해명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내곡동 지역의 전(田, 밭)은 거의 '대지형태화 된 전'이라서 일반적 전과 달리 공시지가와 현 시가 차이가 매우 크다. 공시지가와 단순하게 비율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다운계약서 작성은 한 적이 없다. 있을 수도 없다. 또 실명으로 거래했고 등록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은 3400여만 원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해명이다. 법으로 정한 공시가격을 청와대가 어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취등록세 납부 입증 자료, 이시형 씨의 자금 조달 등에 대한 각종 자료를 요청했다.
노 의원은 이어 "내곡동 부지 실거래가가 54억 원 중 이시형 씨는 11억 2000만 원으로 전체의 20.74%를 부담했는데, 장부상에는 공시지가 대비 지분율이 이시형 씨가 54%, 국가(청와대)가 46%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지분 분배다.
이 외에도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임태희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집 주변 땅값이 비싸 내곡동으로 옮겨간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본인이 사시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종전 사시는 데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억울한 투로 답변하기도 했다.
논현동의 경우 경호시설 부지 매입과 관련해 청와대가 애초 요구한 예산은 70억 원이었다. 70억 원의 땅값이 많아 국회가 여야 합의로 예산을 30억 원 깎아 40억 원으로 배정한 것이다. 그러나 땅 값이 비싼 게 이유였다면 서울의 다른 지역도 있는데 왜 굳이 2억 원 이상의 예비비까지 사용하면서 42억 원 이상을 들여 역시 '강남 3구' 중 한 곳인 내곡동으로 가야 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권양숙 여사까지 들먹인 한나라 "국민으로써 할 얘기인가"
한나라당은 야당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에 대해 방어막을 쳤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로 권양숙 여사가 상처받았던 일까지 들먹이며 야당의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윤영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정치 쟁점화를 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지을 때도 (논란이) 비슷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태희 실장은 "그 때도 비슷한 공방이 있었다"고 답하자 윤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경호 시설 예산 지원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이 문제 정치적 쟁점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은 대통령 사저보다 경제 문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은 권양숙 여사를 만났던 사실을 들먹이며 "권양숙 여사도 (한나라당의 '아방궁' 공세 등) 사저에 대한 문제제기가 섭섭하다고 했다. 저도 법적 하자가 있지 않을 경우 정치적 공격, 의혹 부풀리기를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똑같은 의혹이 야당에 의해 부풀려지고 있다"며 "(투기 의혹 제기 등은) 이 나라 국민들로써 할 얘기가 아닌 얘기"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 사저 땅 매입금의 경우 국고 지원금이 2억 5000만 원이었던데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그 16배에 달하는 40억 원 가량이 국고지원금으로 배정돼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경우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강남 대통령이라 (논현동이 비싸니 다른) 강남 (지역)에서 굳이 살려고 하는 것이냐"며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투기를 하려고 하거나, 아들에게 재산을 위장 상속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임태희 실장은 "그런 해석은 정말 너무 정치적인 해석"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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