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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쇼'를? '자해쇼'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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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쇼'를? '자해쇼'라면 모를까

[김종배의 it] 대선 가도엔 자갈 깔았다

일각에선 쇼였다고 한다. 손학규의 대표직 사퇴 카드가 경선 패배에 대한 비주류의 책임 공세를 차단하고 재신임을 얻어낸 것에 주목해 이렇게 분석한다. 고도로 계산된 사퇴 쇼였다는 것이다.

결과론이다. 이 같은 분석은 결과를 갖고 동기를 살핀 결과론이다. 그것도 일면만을 본 결과론이다.

쇼였다고 인정한다 해도 손학규 대표가 얻은 건 잃은 것보다 적다. 손학규가 비주류의 공세를 차단하고 당의 재신임을 얻음으로써 손에 쥐게 되는 정치적 소득은 대표직의 안정적 유지다. 수명이 고작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대표직을 연명하게 된 게 최대의 정치적 소득이다.

반면에 그는 리더십을 잃었고 이미지를 망쳤다. 일희일비하는 갈대 행보를 보임으로써 그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를 증폭시켰고 왔다갔다 하는 그네 행보를 보임으로써 그의 이미지에 큰 얼룩을 남겨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분당 재보선을 기점으로 세탁한 것으로 여겨졌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부활시켜버렸다. 뜨내기 행보를 보임으로써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되살려내버렸다.

손학규 대표는 대표직에 방석을 깔았을지는 몰라도 대선 가도엔 자갈을 깔아버렸다. 그래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크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

혹여 모른다. 대표직 연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당 장악력을 배가하면 손학규 대표가 얻는 게 더 많아질지 모른다. 손학규 대표 본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측근들에게 자신의 대표직 사퇴가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고 말했단다.

하지만 이는 아전인수식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민주당의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어제 의원총회에 참석한 65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반대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나기 피하기식 응급대응이었다. 의원총회를 전후해 개별 의원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불평과 불만을 종합하면 알 수 있다. 대표직을 내던지려는 손학규 대표의 처사가 어이없고 기가 차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당이 공동화 현상을 빚을까 우려해 참고 참은 것이다. '너 아니면 못 살아'라는 연심 때문이 아니라 '너마저 없으면'이란 현실감각 때문에 감정을 꾹 누른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논리도 그렇다. 앞뒤가 안 맞는다. 손학규 대표는 '충격요법'을 운운했지만 무엇을 위한 충격요법이었는지가 애매하다 못해 모순된다. 손학규 대표는 사퇴 철회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남은 임기 동안 야권통합, 당 혁신에 매진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했는데 그의 사퇴 카드는 이런 '명령'과 배치된다.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 대표의 권한으로 당 조직을 선거지원 체제로 돌렸어야 하고, 야권통합을 위해서는 경선 패배에 책임을 진다는 식의 말을 읊조리지 말았어야 한다. 당 혁신이라는 것도 그렇다. 최고위원들이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기는커녕 틈만 나면 치받는 행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콩가루 행태'의 혁신 방법이 대표직 사퇴는 아니다. 그들이 '콩가루 행태'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통합과 연대의 물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방어막을 치고 영역을 구획하려는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대표직 사퇴를 통해 각성을 촉구하려 했다고? 그건 순진하다 못해 어벙한 해법이다. 콩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가열하는 처사와 같다. 콩을 더 튀게 만드는 자충수다.

아무리 살펴도 손학규 대표의 사퇴 소동이 쇼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것 하나만 빼놓고는…. '자해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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