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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스타일만 구기고 사퇴 철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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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스타일만 구기고 사퇴 철회…왜?

손학규 "당의 뜻 따르겠다"…"무책임 이미지 얻게 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5일 철회했다. 처음 뜻을 밝힌지 꼭 하루 만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나의 사퇴를 수용하지 않는 당의 뜻이, 나 손학규를 위한 것이 아니며, 남은 책임을 완수함으로서 당과 민주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헌신을 명하시는 것인만큼 이를 무겁게 여겨 따르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

이로써 손학규 대표의 '사퇴 소동'은 24시간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손 대표는 특별히 다른 사퇴 시점을 밝히지도 않았다.

손 대표는 이 24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 패배로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은 확실히 차단시켰다. 그러나 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민주당은 경선 이후 이틀을 아무런 선거운동도 하지 못하고 손 대표 만류에 허비해야 했다. 또 제1야당 대표의 사퇴 의사 표명과 번복은 정치인 손학규의 무게감마저 떨어트렸다는 평가다.

손학규 "과오 안고 가되, 선거 승리 최선 다해 책임 메우겠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5일 사퇴 의사 철회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성공적인 단일화 경선을 통해 박원순 후보를 선출해 서울시장 선거 승리의 기반을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60년 민주세력이 결과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어떤 변명과 이유를 들어도 당 대표로서 피할 수 있는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사퇴 의사 표명의 배경을 밝혔다.

손 대표는 "가장 큰 우려는 통합후보 경선결과에 대한 존중이었으며 그래서 평당원으로, 한 명의 민주주의자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맨 앞장에서 몸을 바쳐 뛰고자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그러나 민주당의 고문, 중진, 선배당원, 그리고 의원 여러분께서 나의 사임을 극구 만류했고 의원총회를 통해 모든 의원들이 당론으로 사퇴철회를 결의했다"며 번복의 이유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도 한 명의 민주당원으로, 소속 의원으로서,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민주당이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 대한 책임은 안고 가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를 이끌면서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백분의 일이라도 내 잘못에 대한 책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 의원 만장일치로 '사퇴 철회 결의'

손 대표의 사퇴 철회에는 민주당 안팎의 강력한 반대 의견이 작용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계파에 관계없이 손 대표의 사퇴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분위기였다.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이 손 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와 "책임을 지더라도 선거 이후에나 할 일이지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온도 차이는 감지됐으나, 두 의견 모두 결론은 "지금은 안 된다"는 한목소리였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은 의원총회 이후 경기도 분당의 손 대표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전날에도 유인태, 김진표, 정장선 등 전현직 의원들이 손 대표를 직접 찾아 오랜 시간 같은 의사를 전달했었다. 김근태, 한명숙 고문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야권단일화 경쟁을 치른 박원순 무소속 후보도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정된 당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게 옳다고 본다"며 "(사퇴를) 번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보 내지 못해" 사퇴한다더니 철회하면서는 "박원순은 민주당 후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민주당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말 그대로 '부글부글'이다. 손 대표는 이날 "지금 중요한 것은 개인 손학규의 체면이나, 신념이 아니라 서울 시장선거의 승리이며, 민주진보 진영의 통합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라고 했지만,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사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애초에 손 대표가 내놓은 사퇴의 배경 자체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손 대표는 사의 표명의 배경으로 △단일화 경선 패배로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박원순 후보를 좀 더 열정적으로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놓았었다.

그러나 "단일화 경선은 어차피 야권연대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인데 여기서 졌다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민주당원을 위로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좁은 시각"이라는 반론이 곧장 나왔다.

손 대표 스스로도 이날 "박원순 후보로 단일화된 것은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라며 "박원순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 순간 그는 민주당의 후보이며 그가 이기면 우리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해 본인이 내놓은 사퇴 이유의 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박원순 후보를 더 잘 돕기 위해서"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대표로서 박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할 때와 한 명의 국회의원의 지원은 차원이 다르다.

더욱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결정을 하루 미루고", 다시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모양새도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비록 당 안팎의 거센 만류로 마음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그의 말의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1야당의 대표가 일으킨 소동이었다.

비록 계파와 관계없이 모든 의원들이 손 대표를 말리는 데 나섰지만, 이번 소동에 대해 고운 시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단일화 경선 이후 가장 중요한 이틀 동안 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원순에게 꽃가루라도 뿌려줘야 할 때, 고춧가루 뿌렸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의사대로 사퇴했다면 그 수습에만 일주일 정도 걸렸을 테니, 사퇴 의사를 철회한 것은 백번 잘한 행동이지만 처음부터 사퇴 운운한 것 자체가 형편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얻은 것 있는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무책임한 이미지 얻게 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동을 일으킨 것일까. 단기적으로 보면 손 대표로서는 내부 비판을 잠재우는데는 성공했다. 경선에 이르기까지 손 대표와 고성이 오가는 갈등을 빚었던 비주류 인사들이 다시 손 대표에게 경선 패배의 책임을 지우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손 대표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떠나, 사의 표명과 번복은 비주류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는데는 적절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과연 내가 막중한 소임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고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에 대한 질책, 이같은 번의가 내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신념과 어긋나는 것임에 고심을 많이 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애초부터 계획된 '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실제 손 대표는 전날 밤 측근들과 오랜 시간 만찬을 겸하는 자리에서 당에 대한 서운함과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이 원하는 것을 다 해 왔는데 그만큼의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갑자기 후보 사퇴를 고심하며 '잠적'했던 것까지 새삼 다시 거론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무책임하고 돌출행동을 하는 이미지가 강해져, 정치인 손학규의 한계를 다시 보여주게 됐다"는 것이 여의도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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