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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총선과 대선,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조국 대담 ②] "명박산성이 안철수-박원순을 불렀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 두 사람은 '부산 출신'이라는 점, '장외 우량주'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는 인사들이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만큼이나 이 두 사람의 '실존적 결단'에도 관심이 가는 이유다.

문 이사장은 "저 개인 문제로 보면, 총선이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성을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4월 총선에는 그 8개월 후 대선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대의를 빙자해서 대답을 강박하는 질문인데요"라고 웃어넘기고 말았다. '총선까지는 O.K 대선은 미지수'란 말이다.

"스스로 깃발을 들었던 노무현에 비교하면 소극적이다"는 지적에 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해온 분이었지만 정치 바깥에 있는 사람들, 정치를 자신의 삶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정치로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면서 "실존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결단인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결단을 어느 날 무 자르듯이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본다"고 길게 답했다. 그는 "나도 문사모라고 팬클럽이 있는데 그 분들 모두가 나보고 정치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 마라는 분들도 많다"면서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이다"며 웃었다.

이에 조 교수는 "한국사회에 무슨 '사모'가 생기면 그 때부터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면서 "개인의 실존적인 고민과 성향을 고집할 수 없는 상태로 가는, 일종의 '운명'으로 가는 길 아닌가"고 넌지시 문 이사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정작 자신에 대해선 "나는 포병이다"고 선을 그었다.

문 이사장과 조 교수는 현재 한국 판 '무브 온'을 주창하는 '혁신과 통합'에서 함께 간판으로 활동하는 '동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도 미묘한 간극이 느껴지긴 했다. 문 이사장은 "진보라는 말을 진보정당 쪽에선 비교적 좁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적 정치지형에선 합리적 보수조차 진보에 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이 통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민주당부터 진보정당, 시민사회를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것이다"면서 "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새로 참여하는 세력이 기존 정당을 합친 세력보다 더 크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 교수는 "대통합 정당이 추진될 때에도 최소강령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접합점을 찾아가는 노력들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이 이명박 정부의 몰상식을 걷어냄과 동시에 민생의 위기 역시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사람 말대로라면 문재인과 조국은 물론, '혁신과 통합'에게 주어진 과제는 엄청나다. 상식적 보수, 중도, 진보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한 배에 타야 한다. 명분과 대중적 지지로 기존 정치세력을 압박해들어 갈 경우 반발이 생길 수도 있다. '혁신과 통합'이 스스로 제기한 이 숙제를 해결한다면 '이명박의 청산', '박근혜와 승부' 같은 것은 오히려 별로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4일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두 사람 대담의 뒷부분이다. <편집자>



(대담 전편 바로 가기 : "노무현이 넘지 못한 벽, 내년 총선에선 넘어야")

조국 "PK 책임지는 게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이래저래 고민 많다"

프레시안 : 내년 총선을 관통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는 두 가지 정도일 것 같다. 전자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종의 '심판'일 테고, 후자는 대선에 대한 기대로서 '밑천'을 만들어 주자는 마음일 것이다. 문 이사장 본인은, 후자 쪽 기대에 대해선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

문재인 : 대의를 빙자해 대답을 강박하는 질문인 것 같다. (웃음)

조국 : 결론은 버킹검으로 가는 건가? (웃음) 이사장님을 강박하기 보단, 원론적으로 어느 정치사회나 비전이 있고 그 비전이 정책화 되고 그에 따른 정치세력이 생긴다. 마지막 순간 선거로 가게 돼 있다. 과거 PK지역의 진보적 정치인들은 소위 '한나라당 땅'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낙선의 길인 민주당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 딜레마가 PK지역 정치지망생의 일종의 운명이었는데 이제 그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님의 경우, 본인이 자임을 하건 안 하건 내년 4월 총선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직접 지역구를 택해 출마를 하건 지원을 하건 적어도 4월 총선에 PK지역을 책임지는 것인 문재인의 '운명' 아닐까. (웃음)

문재인 : 조국 교수는…?

조국 : 전 부산에서 '출향인사'로 분류된다. (웃음) 정치공학을 떠나서, 우리사회에 PK지역이 의미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삼국지 느낌이 나지만 동남풍이 불어야 할 것 같다. 동남풍이 불어서 제갈공명처럼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현재 구름을 몰고 올 사람이 객관적으로 문재인 이사장이나 김정길 전 의원, 김두관 지사다. 이 분들이 활동을 해주셔야 한다.

프레시안 : 부산 지역에선 조 교수 얘기도 많이 나온다.

조국 : 저는 지금 정년 보장 받은 정교수인데, 사표 내나. 국립 서울대 만만치 않다. (웃음) 물론 교수도 선출직 공무원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나 연륜으로 봐선 맞지 않다. 정치행정 등에 경험을 쌓은 분들이 선봉에 서야 한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현재 제가 하는 일은 포병 비슷하다. 포병더러 보병하라고 하면 죽는다.

▲ 조국 "문재인, 내년 PK총선 책임져야…저는 출향인사".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일각에선 조국 교수는 서울 강남권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라는 얘기도 있다.

조국 : 또 강남! 강남좌파, 이제 그 말만 들으면 알레르기 생기려고 한다. (웃음)

문재인 :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웃음) 사람들이 과거엔 민주주의 퇴행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 반대했지만, 요즘엔 그것에 더해 보통 사람의 어려운 삶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위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보통 사람의 삶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부유층과 재벌 대기업 쪽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개인이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민심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좀 소극적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스스로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리더 역할을 했는데, 요즘은 안철수 현상도 그렇지만 문재인 이사장도 '당신들이 그렇게 압박한다면 내가 고민을 좀…'하는 식의 느낌이다.

문재인 : 단순 비교가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해온 분이고, 정치인으로서 선거는 항상 선택지에 있었다. 그러나 정치 바깥에 있는 사람들, 정치를 자신의 삶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정치로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실존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결단인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결단을 어느 날 무 자르듯이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박원순 변호사만 봐도, 처음엔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시민사회운동을 하게 되고, 급기야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았나. 그런 많은 과정을 한걸음씩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현상인데, 지지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요구가 커지면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고….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현상인 것 같다.

문재인 : 저도 '문사모'라고 팬클럽이 있는데 그 분들 모두가 저더러 정치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 말라는 분들도 많다.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이다. (웃음)

조국 : 한국사회에 무슨 '사모'가 생기면 그 때부터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일종의 전환점인 셈이다. (문재인 이사장이) 책을 내고 문사모가 생긴 것은 중대한 변화라고 본다. 개인의 실존적인 고민과 성향을 고집할 수 없는 상태로 가는, 일종의 '운명'으로 가는 길 아닌가. 저는 조사모 없다. 중요한 차이다. (웃음) 집단지성을 무시할 수 없고, 시대적 과제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자발적으로 무슨 '사모'를 만드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진보개혁'진영이냐고 묻는다면"

프레시안 : 현 정부 초기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에선 노무현 정부가 '더 많은 진보'를 했어야 했다는 성찰이 있었는데, 최근엔 오히려 '상식만 회복되면 된다'는 흐름도 있다. 어떻게 보면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셈이다. 혁신과 통합은 이른바 '최소강령주의'로 가는가? 아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가는가?

문재인 : 진보라는 말이 다르게 사용됐다. 진보정당 쪽에선 비교적 좁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적 정치지형에선 합리적 보수조차 진보에 속할 수 있다. 아주 수구적이고 극우적인 보수가 장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통합'이 상정하는 통합의 대상은 민주당부터 진보정당, 시민사회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새로 참여하는 세력이 기존 정당을 합친 세력보다 더 크기를 바란다. 상식을 바라는 세력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 하나?

ⓒ프레시안(최형락)

조국 : 사람들은 경청하고 소통하는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카리스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들은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수직적 리더십을 지겨워하고 짜증내고 있다. 소통하는 리더십에 대한 욕구, 그것이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으로 이어졌다.

대통합 정당이 추진될 때에도 최소강령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접합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이 이명박 정부의 몰상식을 걷어냄과 동시에 민생의 위기 역시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적대의식이 우리사회에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말살하려고 하고 재기 불능하게 만드는 언어들이 지금도 정치권에서 횡행하고 있다. 상대와 공존하겠다는 생각이면 종북주의, 친북좌파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포용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현 정부 들어 강경보수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지고 세력화 됐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념 갈등이 더 커진 것 같다.

문재인 : 이명박 대통령이 늘 '실용'을 강조하는데, 진짜 실용은 이념을 떠나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실용'은 강고한 이념 대립을 실용이란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행태는 결국 국민들이 심판할 거라고 본다. 그런 존재들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 정치가 별세계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또 지도자라면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보통사람들, 서민들, 젊은 사람들의 삶이 어떤가. 너무 팍팍해졌다. 나라 전체가 어려우면 같이 허리띠 졸라매고 고생하자고 하는데, 나라 전체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돈이 넘쳐나 보이지 않나. 그런데 다 어디로 갔나? 10년 사이 GDP가 두 배로 늘었다는데, 모두 어디로 갔나? 보통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에 희망을 주는, 그걸 목표로 하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검찰개혁 관련한 책 준비 중"

프레시안 : 지난해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가 집권했을 때 검찰을 너무 놓아버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면 검찰을 장악했어야 하냐"고 대답했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

문재인 : 검찰을 장악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개혁'을 위한 것이라 해도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좋은 목적이라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다른 편이 또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막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참여정부의 검찰에 대한 태도는 옳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다만 개혁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훨씬 심화됐다. 과거엔 대다수 검사들이 묵묵히 본연의 일을 하고 소수의 정치검사만 문제가 됐지만, 현 정부 들어 인사 자체가 정치적 공과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전체 검찰이 정치와 연계된 것 같다는 우려가 들 정도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문재인 : 방대한 주제라 오늘 인터뷰에서 설명하긴 어렵고, 검찰개혁에 대해 책을 한 권 준비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 문제고, 또 하나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권력에 민주적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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