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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넘지 못한 벽, 내년 총선에선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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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이 넘지 못한 벽, 내년 총선에선 넘어야"

[문재인-조국 대담 ①] "박원순 효과는 민주당이 가장 많이 볼 것"

박원순 변호사가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바로 다음 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마주 앉았다.

결은 좀 다르지만 안철수 돌풍, 박원순 바람보다 먼저 새로운 흐름을 예고했던 두 사람은 현재 야권 통합 운동 기구 '혁신과 통합'에 몸을 담고 있다. 문 이사장은 이 기구의 상임대표다.

박원순 '단일후보' 확정을 환영한 두 사람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변화에 대한 갈망의 결과였다고 본다"면서도 자칫 민주당을 자극할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 교수는 "진영 자체를 놓고 보면 그간 민주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영역을 박원순 변호사를 통해 묶고 결집한 것이 아닌가"라면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도 "우리나라 야당의 역사를 보면 늘 통합의 과정을 거쳐 시민사회세력과 재야의 양심세력을 비롯한 새로운 세력을 포용하고 외연을 넓히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집권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야권 내에 '통합'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어렵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문 이사장은 "구체적인 통합 방안도 내부적으론 마련해둔 상태다. (서울시장) 통합경선 과정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밝히진 못했지만, 조만간 대외적 공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합과 혁신 측의 한 인사는 "10. 26 재보선이 끝나면 곧 구체적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다. 조 교수는 "브라질의 P.T당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NC(아프리카 민족회의)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각 정파의 독립적 존재를 인정하고 심지어는 독자 강령까지 인정하면서 선거 구도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어가는 모델이다"고 말했다. 문성근 씨가 주도한 '내가 꿈꾸는 나라'의 단일정당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두 사람은 "'혁신과 통합'내에선 이 모델이 말하자면 '당론'이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민주당의 양보가 필요하다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직접 교섭을 하면 되고, 그렇게 얻어진 성과를 진보정당 쪽과 논의할 수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감히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통합 방안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주도 세력은 확고한 명분과 소신이 있었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들을 완전히 끌어안진 못했다. 때로는 '감정 싸움'이 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 기억을 떠올리자 문 이사장은 "과거처럼 쪼개지고 헤쳐모여 식의 통합은 결단코 안 된다.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도 탈당파, 잔류파, 당 사수파 이런 그림은 안 된다. 반드시 민주당이 전체로서 함께하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오롯이 함께 하는 그림'이 최선이란 말이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경선 패배 이후 큰 충격에 휩싸인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냐"는 비분과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히려 확 열고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 그리고 문재인과 조국은 대통합을 추동할 수 있을까?

다음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약 두 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문재인 이사장은 총선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대선에 대해선 확언을 피했다ⓒ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주부터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가 전주, 대전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조국 교수도 동참한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호응이 뜨겁다고 들었다.

문재인 : 저로서는 북 콘서트 자체가 새로운 문화적 체험이었다. 특히 이번 북 콘서트는 단순한 책 얘기를 넘어 젊은이들과 정치적 이야기를 소통하는 자리였다. 정치 얘기도 진정성과 문화적 요소를 함께 하니까 제대로 소통된다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젊은이들에게 '정치도 재밌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조국 : 북 콘서트가 정치 콘서트였던 셈인데, 말하자면 책을 계기로 조직화되지 않은 대중과 만나는 작업이었다. 사람들 말이 '문 이사장님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 대중 정치인이 아니셨기 때문에, 아직 즐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익숙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문재인 : 조국 교수는 유머나 재치가 있지만,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이다. (웃음) 그래도 함께 하니까 자연히 저도 그 흐름에 발을 맞추게 되고 처음보다는 더 잘하게 된 것 같다.

"박원순 당선이 민주당의 패배? 오히려 민주당에 이익"

프레시안 : 박원순 변호사의 야권 단일후보 당선을 어떻게 보는가?

문재인 :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변화에 대한 갈망의 결과였다고 본다. 비교적 늦게 출발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상당히 선전했다. 박 의원이 민주당 내에선 상당히 참신한 후보였고, 그래서 선전이 가능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혁신과 통합'이 추구하고 있는 정신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 "박원순 단일후보 선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의 결과였다". ⓒ프레시안(최형락)

조국 : 박원순 변호사 당선을 놓고 여러가지 평이 나온다.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대립에서 시민정치가 이겼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박원순 변호사로 상징되는 시민정치가 항상 정당 바깥에 있어야 하나?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운동이 시민'정치'운동으로 전환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당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런 맥락에서 일종의 중간 과도기라고 본다. 정당정치의 패배가 아니라 결국 하나의 진영으로 모일 세력간의 경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됐다고 민주당이 패배했다고 보기엔 곤란하지 않은가. 오히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민주당의 혁신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보니 45세 이하의 민주당 당원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원 명부를 보더라도 그렇다. 기존 정당이 40대 이하를 포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나와 이를 대거 포괄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포괄하지 못했던 세력을 박 후보가 포괄했다고 보면 되지 않나? 결국은 다 같이 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잘 된 일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정치. 정당으로 수렴될 수 밖에"

프레시안 : '박원순 바람'은 따지고 보면 '안철수 현상'에서 이어진 것이다. 젊은 층의 이른바 '멘토 워너비' 현상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박원순 변호사가 나서면서 정치권 밖에 대한 소구력이 조금 협소해진 것이 아닌가? 박원순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보다 색깔이 뚜렷한 측면이 있고, 반MB 정서도 안 원장보다 분명하다.

조국 : 물론 박원순과 안철수는 차이가 있다. 박원순 후보는 진보개혁이라는 명확한 스탠스 위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해왔고, 안 원장은 386세대지만 민주화운동의 경험이 없고 최근까지 진보개혁의 스탠스를 분명히 한 적이 없지만 그와 관계없이 신망을 받았다.

80년대의 집단경험을 한 세대에겐 5월 광주의 경험이 일종의 집단 정서지만, 지금 20대에겐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얘기다. 우리가 3.1운동을 바라보는 수준의 까마득한 역사 교과서 얘기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87년 체제를 만들었던 이들은 젊은 층의 고민을 모르거나,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 얘기로 꾸짖고, 뭘 모른다고 한다. 서로서로 충돌하고,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 괴리 속에 안철수라는 사람이 나왔다. 이 분도 나이로 봐서는 386세대이지만, 20~30대의 고통에 공감한다. 그러니까 젊은 층이 열광하는 것이다.

▲ "'20대 감수성'을 어떻게 포괄하느냐가 정치권의 남은 숙제다". ⓒ프레시안(최형락)

물론 안철수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는 아직 모른다. 이 분이 정치세력으로 힘을 받기 위해선 지금 상태로서는 부족하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에서 보는 원동력은 분명히 있다. '혁신과 통합'에게도 20대의 감수성을 어떻게 끌어당길 것인지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문재인 : 그 둘을 지지하는 세력은 상당히 중첩된다. 안철수 원장이 처음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그 분의 정체성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있었다. 처음엔 윤여준 씨가 대변하고 나섰고, 그러고 나니 일부 실망감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안 원장 본인이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원순 변호사의 정체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본인 스스로 밝힌 것이다. 젊은층의 삶이 어려운데, 그 어려움에 대해 이해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이다.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에 대한 염증,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희망을 찾길 원하는 세대가 있다. 기존 정당이 포괄하는 세력보다 중간지대가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이걸 모두 정당 속으로 담아내는 게 정당들의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종래에는 정당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혁신과 통합'이 추구하는 통합운동의 목표도 그 쪽으로 꾸려지고 있다.

프레시안 : 안철수 원장도 정치무대에 나서려면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 너무 일찍, 그리고 강하게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 느낌도 있다. 조국 교수의 말처럼 80년대 동시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까지 끌어안아야 하는데, 너무 일찍 안 원장의 스탠스를 협소화 시켜버린 것 아닌가?

조국 : 너무 빨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라는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국면을 앞두고 안 원장의 행보는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대상이었는데 제일 중요한 정체성 문제는 검토되지 않았다.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손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지, 안철수 '개인'에 대해서 얘기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

"박원순에겐 다른 문법의 '정치 근육' 있어"

프레시안 : 박원순 '후보'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

문재인 :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자기 자신을 쭉 바친 분이다. 관념적인 시민운동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현실을 바꿔나가는 실체적인 운동을 했왔다. 고건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정 개혁 논의에 쭉 참여해왔고, 참여정부 때는 국세행정에 대한 정부위원회에 참여해 현실과 접목되는 시민운동을 했다. 실제로 서울시정을 많이 알고 그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본다. 서울시정도 훌륭하게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프레시안 : 선거를 돌파할 '정치적 근육'은 있다고 보는가?

조국 : 선거 과정에서 급속하게 생길 수 있다. 박원순 후보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한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왔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을 때 성공하고 다른 영역으로 옮겨갔다. 이번엔 정치권으로의 큰 이동이 있었지만, 그의 과거를 보면 미래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문재인 : 개인적인 야심이나 권력욕 때문에 서울시장으로 입신하고 출세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분이다. 서울시정이 이대로 되선 안 된다는 위기감, 절박감 때문에 나선 것이다. 오히려 선거를 버텨내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근육도 생기지 않겠나.

조국 : 기성정치의 근육과 다른 종류의 정치적 근육을 갖고 있다. 굳이 근육이란 표현을 쓰자면, 다른 문법의 근육을 가진 사람이 등장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 경선 계기로 외연 넓혀야"

프레시안 :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당장 민주당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어떻게 위무하고 포괄하느냐는 과제가 있다. 기존 정당 지지자들의 열패감이 강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혁신과 통합' 앞에 놓여있는 과제도 마찬가진데?

▲ "민주당이 열패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번 경선이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
민주당이 열패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민주당도 아주 선전했다. 박 변호사가 안철수 원장의 지지라는 엄청난 바람을 가지고 출발했던 것에 비해, 민주당은 한참 뒤쳐져 출발했는데도 짧은 기간에 근접한 결과를 냈다.

민주당의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야당의 역사를 보더라도, 늘 통합의 과정을 거쳐 시민사회세력과 재야의 양심세력을 포용하고 외연을 넓히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집권도 할 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당 뿐 아니라 외부의 노사모라는 든든한 지지가 있지 않았나.

민주당으로선 이번 경선이 정체된 민주당을 새롭게 쇄신하고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이라면 박원순 변호사 역시 결국 함께할 세력이다. 지금은 민주당 밖에 있지만, 민주당 후보와 진배없는 것이다.

조국 : 물론 민주당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위협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진영 자체를 놓고 보면 그간 민주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영역을 박원순 변호사를 통해 묶고 결집한 것이 아닌가. 큰 틀에서 민주당에게 오히려 유리한 일이다. 한편으론 내부 혁신을 할 수 있고, 진영 자체가 커진 것도 있다.

프레시안 : 민주당 입장에선 '3패'라고 하는데, 6.2지방선거 경기도와 4.27재보선 김해에 이어 이번 서울시장까지 후보를 못 냈다. 특히 앞선 두 번의 선거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앙금이 생겨 본선에 가서도 깔끔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이번엔 어떻게 될 것 같나?

조국 : 이번은 다를 것이다. 축구로 얘기하면 K리그가 끝나고 한일전이 남은 셈이다. 민주당이 K리그 경기에선 졌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한일전을 앞두고서는 같이 국가대표팀을 잘 꾸려서 이길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에 계신 합리적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재인 : 단일화 과정에서 비민주당 후보가 선출됐다고 민주당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단일화의 대의가 아니지 않나. 일단 단일화에 나섰다면 누가 선출되든 우리당의 후보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것이다. 그런 정신이 있어야만 야권이 힘을 모을 수 있지 않겠나. 경기지사 선거와 김해 재보궐 선거의 경우,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른 식의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번 야권단일화의 효과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그대로 이어질 것이고, 그 혜택은 민주당이 가장 많이 볼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프레시안 : 과거 민주당이 분당해서 열린우리당이 창당할 때와 유사점도 있는 것 같다. 당시 주도세력은 명분과 소신을 뚜렷이 갖고 있었지만, 비주도 세력은 '우리가 청산의 대상이냐'는 비분이 들었을 만도 하지 않나. 지금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문재인 : 당시 상황은 지금 선거보단 '혁신과 통합'이 추진 중인 통합운동과 연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혁신과 통합'이 추진하는 통합운동은 민주당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을 상정하고 있다. 과거처럼 쪼개지고 헤쳐모여 식의 통합은 결단코 반대한다. '선도 탈당파', '잔류파', '당 사수파'로 쪼개지는 그림은 안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반드시 전체로서 함께하는 통합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통합안, 곧 나온다"

프레시안 : 야권 대통합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었는데, 이제 조금 더 진도를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문재인 : 진도를 낼 시기에 서울시장 선거라는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국면이 생겼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면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각 지역별로 '혁신과 통합'을 알리고 지지와 세를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규합된 세력을 바탕으로 각 정당과 통합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부적으론 마련해둔 상태다. 통합경선 과정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밝히진 못했지만, 조만간 대외적 공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경선이 '혁신과 통합'이 추진하는 대통합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얼마 후에는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 전당대회가 12월로 예정돼 있고, 4월 총선에 대비해 통합정당전당대회로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림이 언제쯤 나올까?

문재인 : 무엇보다 이번 경선 결과가 통합의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경선 결과에 대한 충격으로 민주당이 패닉 상태에 빠진다면 통합운동에도 차질이 있지 않겠나. 12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통합 전당대회가 되기 위해선 최고위원회를 비롯한 당내 의결기구에서 여러 가지 결의들이 제출돼야 하고,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 결의를 바탕으로 다른 진보정당들과 본격적인 교섭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흐름들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게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대의'에는 동의하더라도 구체적 지분 문제로 들어가면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 될 것 같다. 민주당 당협위원장에게 '대의'가 있으니 20년 동안 갈고 닦은 지역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

▲ "박원순이 됐기에 민주당도 살고 다 같이 살 수 있게 됐다."ⓒ프레시안(최형락)
조국 :
브라질의 P.T당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NC(아프리카 민족회의)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 각 정파의 독립적 존재를 인정하고 심지어는 독자 강령까지 인정하면서 선거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어가는 모델이다. 미국 민주당과 상당히 다르다. 미국 민주당은 진보적 개개인은 있지만 독자 정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적용한다면 미국 민주당 모델은 진보정당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문재인 : 각 정당들이 정체성을 살려나가는 연합정당 형태의 통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로선 통합 방안을 놓고 각 정당들이 교섭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각 정당 간 직접 교섭을 한다면 쉽지 않고, '혁신과 통합'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양보가 필요하다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직접 교섭을 하면 되고, 그렇게 얻어진 성과를 진보정당 쪽과 논의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혁신과 통합'을 믿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로서는 감히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통합 방안이 있다고 자신한다.

조국 : 평생을 지역에 몸 바친 지구당 위원장들 입장에선 현직이든 전직이든 양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정파간 지분 문제는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진보정당이 들러리만 서게 된다. 여러가지 전략공천 방식을 통해서 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후보로 확정된 게 대통합의 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박영선 의원도 훌륭한 분이지만 그가 후보가 됐다면 민주당이 오만해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졌기 때문에 민주당도 살고 다 같이 살 수 있게 됐다. 이제 민주당에선 (통합 논의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게 됐고, 이쪽에서도 표를 통해 어느 정도 존재 증명을 했다.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저 개인 문제로 봐도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여권에선 부산·경남 민심이 안 좋다고 얘기한다. 반대쪽 입장에선 그만큼 해볼 만한 선거인 셈이다. 곧 부산 동구청장 선거도 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문재인 : 동구청장 후보로 나선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 후원회장을 맡았는데 부산 민심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한나라당이 싫지만 민주당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민심이 아직 꽤 남아 있지만, 잘만하면 이런 인식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다. '혁신과 통합'의 대통합 정당 논의가 단일화뿐만 아니라 이런 민심을 담아낼 새로운 그릇으로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나라당을 떠난 민심을 담아낼 대안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총선에서도 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엔 동구청장 선거에서 당선까지는 기약하기 어렵다고 봤다. 20년 동안 야권이 당선된 적도 없고 후보조차 못낸 지역이기에 선전 정도를 목표로 총선을 기약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 부딪혀 보니 민심이 생각보다 좋다. '선전'에서 '당선'으로 목표가 격상됐다. 당선이 가능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야권에선 PK를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쪼개 수도권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지역으로 본다. 또 새로운 리더에 대한 갈증도 있다. 직접 지원 유세도 하나?

▲ "동구청장 선거, '선전'에서 '당선'으로 목표 격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
그간 일당 독주구조가 낳은 폐해가 심각했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했기 때문에, 시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공천권자에게 잘 보이는 정치가 횡행했다.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장이나 당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일수록 기성정당 질서에 잘 수긍한 사람들이지, 시민을 대상으로 큰 정치를 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정당 간 경쟁이 필요하지만, 그조차도 잘 안되고 있다. 정치권 밖에서 PK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저 개인 문제로 보면, 총선이 너무 중요하다. 부산·경남의 지역주의와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 구조를 허물어야 하고, 그것은 노 대통령이 평생을 뛰어넘고자 했던 벽이었지만 결국 넘지 못하셨다.

지역주의는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부산·경남의 지역주의가 허물어지면 대구·경북, 그리고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총선과 대선 승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정치가 지역주의라는 낡은 틀을 뛰쳐나오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중대성을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문재인-조국 대담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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