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실세 중 하나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 측과 일본에서 술자리를 가진 사실은 시인했다.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십수억 원을 주는 등 현 정부 실세들에게 로비를 벌인 사실을 폭로한 이국철 SLS회장은 앞서 SLS 일본사무소 사장 권모 씨가 박 전 차관에게 일본에서 수백만 원 어치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차관은 이 회장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이 회장이 로비대상으로 실명을 거론했던 곽승준 미래기획원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과 함께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차관은 뒤늦게 SLS 측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은 시인했다. 3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이 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모 대기업의 경영본부장인 지인이 '일본 오면 얼굴이라도 보자'고 해서 술자리에 나갔다. 아마 SLS 관계자가 지인과 같이 나왔던 것 같다"며 "선술집에서 술 한잔했는데 계산은 내 지인이 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이라며 1억 원의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던 박 전 차관이 뒤늦게 말을 바꾼 건 이 회장이 박 전 차관과 일본 술자리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을 접대할 당시 국내 한 대기업의 도쿄지사장이 동석했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09년 창원지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SLS 일본사무소 사장이 박 전 차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룹의 구명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메일 등 당시 상황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폭로 내용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앞서 창원지검이 이 회장을 수사한 기록과 법정제출 기록 사본, 당시 이 회장 측에서 압수한 일기장과 수첩 등을 넘겨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27일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2009년 검찰이 (이 회장) 일기장과 수첩을 압수수색해갔는데 거기에 박 전 차관에게 500만 원을 줬다는(향응 접대했다는) 내역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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