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야권의 사퇴 공세 가운데, 진보정당인 원내 5당 정의당마저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12일 오전 열린 당 상무위(다른 정당의 최고위에 해당)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김 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자진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금융 적폐 청산을 위한 김 원장의 개인적 능력이나 지난 행보가 부족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금융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능력과 함께 칼자루를 쥘 만한 자격을 갖춰야 수행이 가능하다. 단지 '과거 관행이었다'는 핑계로 자격이 부족한 것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 원장의 사퇴가 금융 적폐 청산의 중단이 아닌 더 가열찬 개혁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더 나은 적임자를 물색해 금융 적폐 청산을 힘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한편 "이번 일을 핑계삼아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자유한국당에게 경고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기 바란다. 이번 일(김 원장 논란)을 두고 계속 어깃장만 놓는다면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 심판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의석 수 6석의 소수 정당이지만, 최근 원내 4당(14석)인 민주평화당과 함께 공동으로 국회 교섭단체를 꾸리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20대 국회 내 야당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성향이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정의당은 그간 특히 인사 문제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의당이 반대한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 즉 안경환 법무, 조대엽 노동, 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내정자 등이 모두 낙마했다는 점에서 '정의당 데스노트(살생부)'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앞서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김 원장의 사퇴나 문 대통령의 해임 조치를 촉구해 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범(汎)진보개혁진영에 속하는 민주평화당도 지도부가 직접 나서 김 원장 해임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마저 돌아서면서,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해 국회 내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립된 양상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부담감을 표현하는 등 지방선거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날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같은 당 김두관 의원으로부터 "금감원장 문제 심각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보도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