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상, 文대통령에 "납치자 문제 해결해달라"

문 대통령 "북일 관계 개선 위해 협력하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1일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예방하고 자국 문제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자"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고노 외무상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협력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납치 문제를 포함, 북일관계 현안 해결 및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 정부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납치자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한국에 자국 문제를 대신 풀어달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당사자인 북한과 대화로 풀어가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 남북회담 코앞인데 "문재인 일본 오라"는 日 아베 총리)

▲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일본 "북한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자 함께 해결해야"

고노 외무상은 앞서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현 국면에서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노 외무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자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남북 정상회담 등의 계기에 북측에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이라는 포괄적인 의제 위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구체적인 사항이 의제에 오를지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납치자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 등은 모두 인도적 문제이며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으로 답변했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해법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외무상은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압박은 하지만 북한이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 (군사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오락가락 대북 행보…왜?

아베 신조 총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남북 대화를 반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단하자 태도를 바꿔 '북일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가 급변한 이유는 남북 관계 해빙 국면에서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 뿐 아니라, 최근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적으로도 '사학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기사 : 펜스-아베, 올림픽은 뒷전 남북 해빙에 찬물, '저팬 패싱' 우려에...北日정상회담도 성사될까?)

하지만 지난 4일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전에 "일본으로 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한국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방향으로 다시 전략을 선회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남북회담 코앞인데 "문재인 일본 오라"는 日 아베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