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가 지난 28일 귀국하자마자 김두우 수석의 행적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에 몰린 지난해 4~8월 사이 박태규 씨와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 그리고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진행하던 지난해 상반기에 가명까지 써가며 박태규 씨와 골프를 친 사실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출처가 검찰이라는 것. 어제 통화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의 기사 출처도 '사정당국'이고, 오늘 골프 사실을 보도한 <한국일보>의 기사 출처도 '사정당국'이다. 두 사실 모두 검찰 또는 검찰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제공 또는 확인된 것이다.
'검찰발'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박태규 씨가 '자진 귀국'했다는 점 때문이다. 캐나다로 도피한 그였다. 검찰이 귀국을 종용하고 압박했다고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숨을 수 있는 그였다. 그런 그가 제 발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언론은 박태규 씨와 검찰의 '거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한국일보>)까지 내놓은 바 있다.
이 점을 바탕에 깔고 보면 검찰의 '김두우 직공'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정권의 핵심을 치기 위해 박태규 씨와 '거래'를 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참으로 낯선 광경이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뉴시스 |
'거래'와 '김두우 직공'의 부조화 현상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전혀 상반된 두 가지 가능성이다.
'열심히 털었는데 먼지 안 나더라'는 점을 웅변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먼지'가 안 나는 상황을 먼저 설정해놓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열심히' 수사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일 수 있다. '깃털'만이 아니라 '몸통'까지 건드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사대상의 체급을 처음부터 올렸을 수 있다.
상황도 얼추 맞는다. 박태규 씨가 자진귀국한 시점은 곽노현 파문이 터진 직후다. 덕분에 국민의 시선은 박태규보다 곽노현에 쏠려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수사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다른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다. 김두우 수석은 단지 경과점일 뿐 종착점은 전혀 의외의 인물일 수 있다. 야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돌연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여권 인사와 함께 체급 높은 야권 인사를 캘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편파수사', '정치수사' 시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김두우 직공'을 택했을 수 있다.
이미 나온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한창일 때 로비가 여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인지 박태규 씨의 자진귀국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민주당에서는 "행여 재보선과 총·대선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된다면 그 양상은 '시간차 수사'가 된다. 먼저 관계부터 뒤지고 이어서 정치권을 수사하는 식으로 전개되게 된다.
이러면 압박의 힘이 커진다. 줄줄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에 '검기'가 스며들면서 서늘한 풍경이 연출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