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30일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 저지 로비와 관련해 김두우 수석이지난해 4~8월 사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와 수십차례 전화를 주고받으며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고, 조만간 김 수석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8월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 몰린 시점이다.
특히 검찰은 금융권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설이 흘러나온 지난해 5월께 두 사람의 전화 접촉이 빈번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진술은 박 씨에게 15억 원의 로비자금을 건넨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핵심 측근에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태규 씨 인터폴 사진 캡쳐 |
김 수석과 관련된 검찰발(發) 정보는 지난 저축은행 국정조사 기간에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과 같다. 우 의원은 지난 2일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두우 홍보 수석, 이 분이 로비스트 박태규와 아주 절친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김 수석이) 박태규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김양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김 수석을 바꿔줬다. 그래서 김 수석이 휴대폰으로 김양 부회장에게 '얘기 잘 알겠다'고 하는 내용이 검찰 조사에 다 나와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김 수석 등의 증인 채택을 거부해 결국 국정조사는 성과도 못낸 채 파행으로 치달았다.
상황이 이렇자 김 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김 수석은 "박 씨가 전화를 걸어와 저축은행 전반에 대한 조사가 (정권에) 정무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 같다"면서도 "주의깊게 듣지 않고 흘려 들었기 때문에 정확한 워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통화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이다. 김 수석은 이어 "오래전 알게 돼 박태규 씨와 친분이 있고 만난 적도 있다"고 밝혔고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상반기 통화의 대부분은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였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도와준 적이 없고 박 씨에게 누구를 소개해 준 사실도 없다"며 "사실관계와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최고 실세 L 의원 등도 거론되지만…
▲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뉴시스 |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박태규는 김두우 수석,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과 잘 아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박 씨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도 안다'고 과시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과 교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김두우 실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씨는 소망교회 출신이기도 하다.
구속 기소된 또 다른 로비스트 윤여성 씨 입에서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감사 무마 로비 등에 대한 증언이 나왔었다. 김 수석은 김양 부회장 측으로부터 이름이 나왔다.
박태규 씨의 입에서는 어떤 거물급 인사가 나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MB맨 중수부장'이 주도…김두우 선에서 꼬리자르기?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꼬리자르기를 하기 위해 박 씨를 불러들인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도중 박 씨의 캐나다 출국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박씨를) 못 데려오는 거냐, 안 데려오는 거냐"고 질타한 후 1달여 만에 박 씨의 '자진 귀국'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사전 조율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사건을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가 최재경 중수부장 체제로 바뀌면서 이같은 의혹에 심증을 보태고 있다. 최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BBK 수사를 맡았었다. 역시 'MB맨'일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도 박 씨가 자진 귀국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김 수석 이름이 거명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딱 맞아 떨어졌다"며 김 수석 수사가 여권 인사 '꼬리자르기'로 귀결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김 수석과 균형을 맞출 타겟으로 호남 중진 인사, 친노 인사 등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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