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청와대도 "투표율 25%를 넘어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입것과 입이라도 맞춘 듯한 반응이다.
<연합뉴스>는 24일 저녁 "투표율이 25.7%라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라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될 때 득표수보다 훨씬 웃돌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계속 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투표 무산이 확실시 되면서부터 "앞으로 어떡하냐"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부재자 투표를 미리 마치고, 수차례 공개석상에서 "복지 포퓰리즘이 문제다"면서 법적 시비를 받지 않을 정도 내에서 지원사격을 했지만 별무소용이었던 것.
사실 당료 출신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며칠 전부터 "어렵지 않겠나. (투표율이) 25%선 일 것으로 본다"고 냉정하게 관측했었다. 이들은 "오 시장이 직을 건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투표 종료 이후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애국 서울시민이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본다"는 아전인수식 논평을 내놓았지만 정국은 요동치게 된 것.
청와대 입장에선 어떤 경우에라도 레임덕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이 성사된다면, 정국은 온통 서울시장 선거로 집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역별 4대강 사업장 연쇄 준공식, 한미FTA 체결 등을 통해 하반기에도 국정장악력을 유지하고 간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보선이 끝나면 총선 국면이고, 그 다음은 바로 대선이다.
일찌감치 당정청 고위급 회동에서 "오 시장의 사퇴시점을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 나온 것도 이런 까닭인 것. 하지만 오 시장이 한 달을 더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빨리 털고 가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게다가 주민투표 국면의 장기화는 여권의 내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호흡을 꽤나 맞춰 온 홍준표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며칠 시간을 벌었다. 일각에선 이달 말로 예정된 개각 폭을 넓히면서 국면전환을 꾀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당 출신인 이재오, 정병국, 진수희 장관 외에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정도 외에는 교체 요인이 부족하다. 이날 저녁 이재오 특임장관은 아예 "이달 내에 당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청와대는 점증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과 복지강화 목소리를 더 높일 소장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지경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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