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투 트랙 전략에 들어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배수진에 경악하던 분위기를 수습하고 총력전을 벌임과 동시에 출구전략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인 것. 오 시장의 눈물 호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셈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투표율이 33.3%가 안 될 경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시장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투표함을 열지 못한다고 해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한나라당은 오 시장의 사퇴를 막기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연 기자 간담회에서 "(차등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전면 무상급식에 비해) 3배 이상 높음에도 민주당의 불법적 투표 거부운동으로 개함을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민주당 책임이지 오 시장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투표 거부 운동을 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투표 참여자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일부 시민은 민주당의 '나쁜 투표' 공세 때문에 투표장에 가기를 꺼리거나, 민주당 참관인이 두려워 투표하러 가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식의 공개투표 조장행위는 심각한 헌법위반"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들은 (투표) 결과에 상관 없이 오 시장의 거취는 당과 재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오 "대의를 위해 자기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높이 사야할 용기"
이와 함께 홍 대표는 "한나라당은 남은 이틀 동안 투표참여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총력전을 다짐했다. 오 시장의 사퇴 언급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지만, 일단 사흘 앞으로 다가온 주민투표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서울 시민께서는 적극적으로 투표에 동참해 이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가려달라"고 당부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시장직) 사퇴 거론은 안타깝지만 오세훈 시장을 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해야 한다"며 "당력을 총력으로 모아 지원해야 한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세훈 시장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대의를 위해 자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높이 사야할 용기"라고 추켜 세웠다. 이재오 장관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도를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투표를 반대해 왔던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손학규 "무상급식,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대립의 희생물 될 것"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이 어린이들의 밥그릇을 볼모로 주민투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무상급식이 단지 점심밥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편을 가르는 이념대립의 희생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겠다는 것은 시장직을 담보로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인질극이자 시민의 정치의식을 깔보는 협박극"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상급식을 주민투표로 판가름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적절치 않으며 더군다나 시장의 진퇴까지 걸어서 묻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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