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어린이집 학부모 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와 원아 40여 명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석면 대책은 정작 피해자인 아이들에 대한 내용이 빠진 본말이 전도된 대책"이라고 규탄했다. 서울시가 홍익어린이집의 석면 노출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어린이 130여 명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는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지역 석면 관리를 위한 5대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뉴타운 지역의 석면 위험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어린이집 원아들에 대한 사후 관리와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석면 어린이집'…'뿔난' 엄마들이 서울시 이겼다)
▲ 14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익어린이집의 한 학부모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익어린이집학부모대책위원회 |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지난 7개월간 어린이집 인근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석면 먼지로 아이들이 겪은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석면에 노출된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 오세훈 시장의 나이만큼도 살지 못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흐른다"고 호소했다.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은 적은 양으로도 3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과 악성중피종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지난 8월 어린이집 실내에서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고, 지난 3월 뉴타운 철거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 어린이집 원아들은 현재까지 아토피성 피부염, 기침, 가래, 결막염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최병천 학부모 대책위 부위원장은 "폐렴으로 입원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너무 심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뒷바라지에 나선 학부모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안심 보육 모범 어린이집'으로 지정한 홍익어린이집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15일 서울시 뉴타운 담당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석면 건강영향조사와 단체 암보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이 없어,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만을 밝혀왔다.
서울시는 그간 시민환경연구소와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석면 검출 사실에 대해 부인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불법적인 석면 철거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서울시는 뒤늦게 '석면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정작 어린이집 원아들에 대한 사후 조치는 빠져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관련 기사: '석면 어린이집'…석면 철거 동영상 공개에 '경악')
14일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렸던 아이들의 석면 피해 사진을 공개하는 한편, 석면 건강영향조사를 요구하는 학부모 142명의 명단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들은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서울시의 대책 마련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진보신당은 논평을 내 "(석면 관리에 관한) 현재의 대책 또한 서울시가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라 학부모대책위의 제기와 싸움을 통한 성과였다"며 "피해 어린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없이 재개발 광풍에 휩싸인 서울 하늘 아래 '안심 보육'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 역시 논평을 통해 "기회만 되면 뉴타운 타령을 불러대던 서울시 때문에 5세 미만의 어린이 130명이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지난 7개월간 모르쇠로 일관해 왔던 서울시가 아이들에게 저지른 되돌릴 수 없는 만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석면 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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