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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언제까지 중국 핑계만 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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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언제까지 중국 핑계만 댈 건가

[안종주의 안전사회] 석면보다 무서운 미세먼지

미세먼지의 공습이 정말 대단하다. 아침에는 안개까지 겹쳐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혼탁한 세상이 펼쳐지면서 더욱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미세먼지가 무서워 외출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27일로 연 사흘째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위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보다, 호환마마나 메르스보다 더 강하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교 석면 해체·제거와 마무리 청소 부실로 교실 석면 위험의 공포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은 이제는 그보다 수천, 수만 배나 더 많은 양의 동급 인체발암물질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할 형국이다.

발암물질 올림픽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면 석면은 미세먼지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발암물질 농도 측면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 해체·제거로 인한 석면 위험은 일부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이다. 반면 미세먼지는 전국 모든 학교, 모든 학생, 아니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죽음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석면은 다량 노출되어도 10~50년 뒤 문제, 즉 석면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인체발암물질이다. 반면에 미세먼지는 다량 들이 마신 뒤 석면처럼 먼 훗날 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천식 환자나 심장병 환자, 호흡기 질환자, 노약자에게는 이번과 같은 고농도일 경우 하루 이틀 만에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정말 두려운, 두려워해야 할 위험이다.

미세먼지는 인간이 자초한 위험이다. 석면처럼 인간의 산업화와 문명의 편리함이 불러온 부산물이 미세먼지이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석면먼지의 양은 미세먼지 내지는 초미세먼지의 양에 견주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미세먼지 흡입, 하루 200억 개 석면섬유 들이마시는 꼴

요 며칠 사이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으로 50㎍/㎥을 웃돌았다. 하루에 성인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부피로 1만 톤가량임을 계산하면 우리는 최근 사흘간 하루 10000×50㎍=50만㎍(0.5g) 이상의 초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셈이다. 이는 하루 2백억 개의 석면섬유를 들이마신 것과 맞먹는다.

이 정도의 미세먼지를 사흘 연속 들이마시면 어떻게 될까?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고급방진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성인은 목이 칼칼하거나 종종 기침을 하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호흡기질환자나 심장병 환자는 전혀 다르다. 이런 질환을 가진 노인의 경우 몇 달 더 살거나 몇 년 더 살 수 있음에도 갑자기 죽을 수 있다.

사흘 연속 미세먼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는 앞 다퉈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공공주차장 폐쇄, 공무원, 공공기관 차량2부제 실시 등 가장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저감 대책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실질적인 생명안전 위험과 건강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일요일 이후 각급 병원에서 호흡기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천식, 기관지염 등으로 병원을 찾거나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이들 가운데 사망자는 어떻게 되는지 매일 보고받고 체크를 해야 한다.

환경부, 미세먼지 사망자·부상자 매일 파악하고 있나

만약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 맞다고 한다면 전쟁에서 매일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를 파악하듯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도 숨지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매일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기초적인 일이다.

하지만 환경부와 복지부가 그런 일을 하고 있고 장관들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만약 파악하고 있다면 매일 체크해 그 다음날 공식발표를 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지 않은 날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왜 발표가 없는지 궁금하다. 파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이뿐만 아니라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세먼지의 공격이 장기화될 때 건강 피해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를 가늠하는 역학연구도 정교하게 전략을 세워 해야 마땅하다. 혹 환경·보건 당국이 이런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았다면 이 칼럼에서 지적한 것을 바탕으로 즉각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직과 인력을 투입해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할퀴고 간 위력을 파악해야 한다. 마치 지진이나 태풍과 홍수, 그리고 화재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듯이 말이다.

이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앞으로 어떤 규모의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입할지를 가늠하게 만들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대응이다. 미세먼지는 저절로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전쟁을 치르더라도 위태롭지 않듯이, 즉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이듯이 미세먼지의 특성과 위력을 잘 알아야 개인과 사회가 위태롭지 않게 된다.

미세먼지가 국가 차원의 재난이라는 것은 이제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나 정당들의 정치 구호가 아니다. 언론, 환경운동가, 전문가들이 위험을 증폭하여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수사(修辭)가 결코 아니다. 국가재난 성격의 미세먼지는 이제 현실이자 국민 상식이다.

국가는 국민을 미세먼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국민은 국가에게 미세먼지로부터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헌법 초안에 명시된 생명권과 안전권의 중요함을 미세먼지 위험이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개발과 산업화가 사람보다 먼저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뿌리부터 바꾸어야만 미세먼지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외교에서는 중국 타령을 해야겠지만 국내에서는 중국 타령만 하면 미세먼지 해결은 '하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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