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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경철, 그리고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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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경철, 그리고 엄기영

[김종배의 '뉴스진맥'] 오세훈, 끝까지 간다

오세훈, 끝까지 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끝까지 간다. 일각에서는 그가 수해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터라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발의를 놓고 고심할 거라고 내다보지만 설득력은 없다. 오히려 반대 근거만 넘쳐난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선을 그었다. "주민투표 법에 따르면 주민청구에 의한 투표 발의는 권한이 아닌 의무사항"이라며 "발의 시한인 1일 선관위에 필요한 서류를 넘길 것"이라고 했다.

조은희 정무부시장의 말만 있는 게 아니다. 더 강력한 근거가 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다. 오세훈 시장은 이 인터뷰에서 수해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많이 했는데 '동아일보'가 기사 작성과정에서 뺐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아무튼 신문지상만 보면 단 하나의 질문, 단 하나의 답변으로 갈음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주민투표에 관한 것이다. 엄청난 수해가 발생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 무게를 주민투표에 뒀다면 더 해석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 주민투표에 대해 "포퓰리즘 복지에 대한 민의를 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시작했다"고까지 말을 했으니 그는 홀로, 기필코 갈 것이다.

그러니까 관심사를 돌리자. 주민투표 성립 여부와 가결 여부다.

오세훈 시장이 말했다. "(주민투표) 서명자가 80만명이다. 필체가 다르거나 주민등록번호를 표기하지 않은 서명을 걸러내도 51만명이 남는다. 1000만 서울시에서 50만명이 서명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의 이런 평가에 따르면 더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주민투표 성립요건인 투표율 33.3%, 투표참가자 288만명을 채우는 건 더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반면에 여건은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수해 뒤끝이 오래 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만사 제쳐두고 투표 참여를 적극 '안내'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오세훈 시장의 최대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강남권이 수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18대 총선에서 60%대였던 강남권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50%대로 내려앉은 상황('한국일보' 보도)인데 여기에 수해까지 겹쳤으니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는 전혀 없다.

어떨까? 만에 하나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시장직을 내놓을까? 오세훈 시장은 "고민 중이다"라고만 밝혀 여운을 남겼지만 또 다른 그의 말을 힌트 삼으면 대충은 헤아릴 수 있다. 그가 말했다. "자기에 대한 평가는 자기가 가장 모른다"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 그 사람이 만들어온 이미지가 그 사람 자체"라고….

안철수·박경철, 그리고 엄기영
여와 야 모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씨를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단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안철수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또한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부산경남인데 안철수 교수가 힘을 써주면 총선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단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도 "안철수·박경철 씨는 내년 총선 승패를 가를 20~40대 표심을 잡기 위해서나 영남권 물갈이를 위해 좋은 카드"라고 했고, 민주당 관계자 역시 "민주당의 중산층·영남권 공략을 위해 두 사람은 놓칠 수 없는 카드"라고 했단다.

여야의 세레나데는 간절하지만 성혼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 교수는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손사래를 쳤고, 박경철 씨 역시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니까.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한사코 손사래를 치다가 마지막에 가서 기존 정치권과 손잡은 경우도 없진 않으니까 끝까지 가 볼 일이다.

끝까지 가보기가 뭐한가? 그렇다면 중간에 잠정진단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구애 이유를 살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두 사람의 '매력 포인트'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 걸 살피면 기존 정치권의 현실, 그리고 연심의 진정성과 지속성, 나아가 두 사람의 출마 '현실성'을 살필 수 있다.

여야가 꼽는 두 사람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20~40대 중산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양심적) 합리주의자 면모가 중산층 정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리가 있다.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30~40%에 달하고, 그 중핵이 중산층이며, 중산층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 두 사람의 면모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정치권은 낡은 이미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두 사람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영남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향이 각각 부산과 안동인 두 사람을 내세우면 영남권에서 물갈이를 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문재인 이사장이 '총선 분위기'를 언급한 것은 두 사람을 통해 요동치는 부산경남 민심에 불을 지르겠다는 뜻이고, 한나라당이 '물갈이'를 언급한 것은 요동치는 부산경남 민심을 붙잡으려면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 영남권의 형세는 말 그대로 격변 그 자체로 봐도 될 듯하다.

이렇게 보면 정치권의 현실은 '절실'하고, 연심은 '절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심의 지속성, 그리고 두 사람의 출마 '현실성'은 알 길이 없다.

여야 공히 두 사람을 간절히 원하는 데에는 이들의 대중적 지명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는데 이게 가변적이다. 대표 사례가 있다. 엄기영 전 MBC사장의 경우다. 대중적 지명도로만 놓고 보면 안철수·박경철 씨보다 한 급 위였던 사람이 엄기영 전 사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졌다. 그의 높은 대중적 지명도는 한나라당(나아가 기존 정당)과 만나는 순간 반감됐다.

재연될지도 모른다. 엄기영의 경우가 두 사람에게서 재연될 수도 있다. 기존 정당의 영남권 후보로 등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람잡이' 역할까지 맡는다고 가정할 경우에 그렇다. 두 사람의 합리주의자 면모는 기존 정당의 이미지에 갇히고, 두 사람의 대중적 지명도는 기존 정당의 지지세로 한정되기 십상이다. 개개인의 국회의원 당선 여부는 몰라도 플러스알파 요인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경쟁력은 비정치권·제3지대에 있음으로 해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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