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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태어난, 나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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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태어난, 나는 누구입니까"

[프레시안 books] 리사 울림 셰불룸 <나는 누구입니까>

"첫 아이를 기다리는데, 마치 나를 낳은 엄마가 내 몸과 마음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내 아들이 아니라 엄마를 품은 것 같았다."

태어나지 않았지만 존재하고, 엄마의 뱃속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삶이 시작된, 부모와 피부색이 다른 '나'는 해외 입양인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20년 동안의 치열한 '친생가족 찾기'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나는 누구입니까>(리사 울림 셰블룸 글.그림, 이유진 옮김, 산하 펴냄)의 저자는 한국 출신 스웨덴 입양인이다.

▲ <나는 누구입니까>(리사 울림 셰블룸 글.그림, 이유진 옮김, 산하 펴냄)
2살 때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저자에게 임신 경험은 "나도 한때 다른 이의 뱃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열일곱살인 1994년 양부모를 통해 처음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친부모 찾기'를 다시 시작했다. 자신의 기원을 찾는 일이자 동시에 아이의 기원을 찾는 일이 됐다.

'친부모 찾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저자는 다시 '질문들'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려고 애쓰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지만, 입양인들이 동일한 의문을 제기하면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없는 사회와 가족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저자는 되묻는다. "어떻게 원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혐오스럽고 병적인 것이라 여길 수 있을까?"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7조(The child shall have the right to know and be cared for by his or her parents)는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해외 입양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알 권리는 '입양'이라는 사건이 아동 입장에서는 '원가족 해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절실한 일이다. "입양이 내가 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느꼈다. 나는 내 존재가 실수라는 느낌을 갖고 자랐다. 원했던 아이를 버리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감정과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약 20만 명에 달하는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의 친생부모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지난 연말 경남 김해에서 한국 출신 노르웨이 입양인이 5년 동안 친부모를 찾아 헤매다 '고독사'하는 일도 있었다.

입양인들은 입양특례법 제36조에 따라 자신의 입양과 관련된 정보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친생부모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및 연락처 등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가 가능하다(입양특례법 제36조 2항). 입양 과정의 편의를 위해 '서류상 고아'로 만드는 '고아호적(단독호적)'은 입양인들의 출생 정보를 지우는 역할을 한다. 또 상당수의 입양서류는 '거짓'과 '오류'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은 입양기관 뿐 아니라 중앙입양원, 부산시청, 부산아동상담소, 보육원 등 자신의 입양에 관여한 모든 기관과 관계자들의 거짓말과 책임 회피에 입양인들이 거듭 상처를 받게 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국, 나는 태어난 나라로 돌아왔다. 내가 버려진 나라로 돌아왔다. 한국, 나를 팔아버린 나라로...한국은 우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한국은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기도 전에 우리를 버렸다. 우리가 가족과 뿌리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입양 아동이 어른이 되어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

기적적으로 저자는 36년 만에 친모를 찾게 됐지만,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었다. 저자와 친모가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화해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나는 다시 한번 엄마를 잃었다...입양인의 여정은 흔히 자신의 뿌리를 찾고 마침내 평화를 느끼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에게는 저항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평생토록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싸웠다"고 말한다. "두 개의 문화와 두 가족 사이에 던져진" 입양인들은 평생 같은 입양인들 이외에 어느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아야 한다. 혼혈이거나 비혼모의 자녀라고, 장애가 있거나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원가족과 국적과 모국어와 문화를 빼앗긴 해외입양인들은 평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고통 받아야 했다.

한국은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2번이나 올림픽(1988서울올림픽, 2018평창올림픽)을 개최한 현 시점에도 여전히 수백명의 아동을 자국에서 도저히 키울 수 없다며 해외입양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돌아와 한국에 던지는 질문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다. 입양인들의 고통을 이토록 외면해온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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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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