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남 김해에서 노르웨이 국적의 40대 남성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8살이던 1980년에 노르웨이로 해외입양된 Y 씨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고, '타국'과도 같은 '고국'에서 혼자 외로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10여일 전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이미 숨진 지 한참 지난 Y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지난 5월에도 미국에서 추방 당한 입양인 필립 클레이 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을 찾은 입양인들에게, 또 그의 추도식을 찾은 아이를 입양 보낸 한 친생모에게 필립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낸 국가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난 65년간 태어나자마자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와 아이의 '고통'과 '그리움'에 눈 닫고, 귀 닫았습니다. 혼혈아동이라는 이유로, 미혼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는 이들을 사실상 내쫓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안전을 최소한 담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마저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았습니다. 양부모에게 맞아 죽은 아이, 국제 미아가 된 아이, 입양된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 등 한국사회가 외면해온 숱한 '현재 진행형'인 문제가 쌓여왔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 98개국이 비준하거나 가입한 '헤이그국제입양협약'을 25년째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사회의 또 하나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심층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입양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쳤고, 결코 기쁘지만은 않은 '단독 기사'도 여러 건 보도했습니다.
<프레시안>을 비롯해 <세계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SBS 등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행정자치부가 입양기관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헤이그협약 가입을 위한 입법 활동 등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심층취재-한국 해외입양 65년' 연재를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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