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체감도 제고? 한상대를 보니…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장담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현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두는 있는데 체감도는 약하다고 한다"며 '공정사회' 화두를 30~40대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갈래 방안을 내놨습니다. "경제적인 갑을관계 불공정과 납세·병역·교육·근로 등 국민의 의무에 대한 불공정 해소,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에게 다시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이랍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데, 30~40대가 공정사회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한데 웬일이죠? 체감도가 떨어집니다. 약한 게 아니라 아예 없습니다.
'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병역면제 관련 청와대 해명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청와대와 여권이 "(대학 때) 미식축구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한상대 후보자와 같이 운동했던 동기는 "다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답니다. 한상대 후보자 본인 역시 "(청와대 쪽에) 미식축구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수술한 적이 있다고 해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미식축구를 했다는 사실과 허리 수술을 받은 사실을 연결해 한 후보자로부터 상세한 해명을 듣지 않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조사도 없이 미식축구를 하다 허리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당연한 지적입니다. 조금만 살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상대 후보자는 1977년에 고려대에 입학해 미식축구를 하다가 2학년이 된 1978년에 사법시험을 준비한다며 미식축구부를 탈퇴했습니다. 그 후 1980년 5월 신체검사에서 현역입영대상 통보를 받았다가 1981년 8월 사법시험에 합격한 지 한 달 뒤에 서울대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1982년 징병검사를 다시 받아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을 살폈을 청와대가 "미식축구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는 설명을 내놓은 건 코미디입니다. 미식축구와 허리 수술이 3년의 시차를 두고 있는데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의 행태가 이런데 누가 믿겠습니까? 납세·병역·교육·근로 등 국민의 의무에 대한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는 임태희 실장의 말을 어찌 믿겠습니까? 여기에 한상대 후보자 부인이 두 딸의 중학교 입학과정에서 두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난 판에 '공정사회' 구호의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임태희 실장의 장담을 어찌 곧이곧대로 믿겠습니까?
그나저나 '동아일보'는 왜 이렇게 '과감히' 치고 나간 걸까요?
'중앙일보'의 역설과 억지
말문이 막힙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힙니다.
'중앙일보'가 최저임금제의 '역설'을 '갈파'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아파트 경비직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독이 될 상황"이랍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며 해고하겠다는 사업주들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내놨습니다. 한 대학교수의 입을 빌려 "임금상승분을 낮추고 사업장 감시를 강화"하는 걸 처방이라고 내놨습니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처방은 이율배반입니다. 시급 4580원(내년 기준)이 아까워 벼룩의 간을 빼먹듯 하는 사람들의 '양심'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입니다. 임금상승분을 낮추면 양심불량자들이 그나마 '양심'을 지켜 최저임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입니다.
아울러 상호모순입니다. 공존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처방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호모순입니다. '중앙일보'의 '임금상승 억제' 처방에 따르면 굳이 '사업장 감시 강화'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꾸로 '사업장 감시 강화'를 제대로 하면 '임금상승분 억제'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앙일보'의 '역설'을 보면서 또 하나의 '역설'을 떠올립니다. 패러독스라는 원뜻의 '역설'이 아니라 이치를 거역한다는 뜻의 '억지'입니다.
언론특보의 '독약론'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두 차례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전 후보보다 강력한 후보인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박근혜 대세론)을 전제로 해서 자꾸 무슨 플랜을 짜고 그림을 만들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주 미묘한 발언입니다. 그가 "'뉴 박근혜 플랜'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고는 하지만, 다시 말해 그의 발언 맥락이 '박근혜 비토'가 아니라 '박근혜 경쟁력 강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묘합니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발언이 직접적인 '박근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권력 핵심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권력 핵심이 차기 구도에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킬 수도 있습니다.
친박계가 이같이 받아들이면 파장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동관 특보의 발언을 '차기구도 개입' 차원으로 간주하면 경계심을, '친박계의 보좌력 지적' 차원으로 간주하면 불쾌감을 내보일 수 있습니다. '2% 부족하다'는 말에 시비를 걸기는 쉽지 않겠지만 발언 주체와 발언 내용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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