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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참여가 협치라고요?

[초록發光] 부산시 5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과정 유감

부산시가 1년 동안 준비하고 있는 5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이 막바지에 와 있다. 계획수립 용역을 맡은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시와 마지막으로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는 중이고, 곧 최종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5차 지역에너지계획의 가장 큰 목표는 '2030년까지 전력 부분에서 신재생에너지 30% 보급'하는 것이다. 지역에너지계획이 전력부분만을 고려하는 계획은 아니지만, 정부의 '3020 정책'과 맞물려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은 전력정책을 집중적으로 준비해 왔다.

이번 5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서 가장 특이한 사항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시민참여단 타운홀 회의'를 거쳐 '어떤 방법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자립률 30%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정책결정에 일부분 참여해서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회의가 5차 지역에너지계획 전체에 대한 시민참여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자립율 30%라는 목표를 가지고 목표도달 방법에 관한 회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제안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정부보조금 사업 중심의 '현상유지형'과 정부가 주도하는 발전사 중심의 대규모 사업을 내용으로 하는 '중앙공급형', 그리고 시민이 중심이 되어 소규모 분산전력을 지향하는 '에너지분권형'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시나리오 각각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나 구체적인 실행과정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시민참여단은 세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장·단점과 차이점을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시민참여단은 중앙공급형과 에너지분권형을 혼합한 '협치형'을 제안했는데, 협치형 시나리오는 정부와 시민이 협력해서, 발전사와 협동조합이 함께 대··소형의 발전사업을 진행하며 그로 인해 민원을 최소화한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 선택 과정에서 발전사 중심의 대단위 발전설비 설치 사업들이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설비용량으로, 어떤 자본이 투입되어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제안된 바도 없었고, 논의된 것도 없었다. 또한 시민들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얼마만큼의 발전량을,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이며, 그래서 실질적으로 마을 단위의 에너지 자립을 어떻게 이룰 것이며 발전사와 함께 어느 정도의 비율로 발전사업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도 논의되거나 결정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약 12년 정도의 시간 안에, 현재 128MW인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24배에 달하는 3063MW의 설비용량으로 증설해야하는 목표하에서, 에너지분권형이라 이름 붙여진 시민중심의 에너지 생산·공급 계획이 주도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에너지분권형 시나리오는 애초에 불가능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산시와 발전사나 기업들은 대단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시행해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성과도 만들고 이득도 챙기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부산시에서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공급계획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경제적 지원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이 협치형 시나리오는 정보와 기술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 혹은 발전사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편향될 것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물리적 이익은 시민이나 부산이 아니라, 대기업과 발전사들이 가져갈 것이며, 민원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주도하는 중앙공급형과 시민들이 중심이 된 에너지분권형이 합해진 협치형 시나리오는 중앙공급형의 다른 이름이 될 뿐이다.

이러한 지역에너지계획 시나리오의 내용이나 실질적인 세부사항 구성과는 상관없이 부산시는 시민참여단과 함께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의 정당성만을 부각시키고, 실제로는 목표 달성을 향한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사업들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재생에너지 생산보급에 초점이 맞추어진 '기업주도 해상풍력단지, 기업주도 태양광 확대, 연료전지 발전 확대' 등의 전력 공급 계획을 보면 시민들이 전력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부산시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유치 중심의 공급계획 위주로 지역에너지계획을 실행한다면, 시민들은 수요관리는커녕, 아끼고 아끼고 아끼는 에너지절약관리만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형태의 시민 참여가 협치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관련한 문제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재생에너지 자립률 30% 달성'이라는 목표를 가진 제한된 성격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왜 이런 목표가 세워졌는지, 이 목표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탈핵을 위한 것인지, 에너지전환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 때문인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이 짧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시민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5년 뒤, 6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과정에서는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고 목표 설정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수정이 가능하면 더 좋지 않을까?

5차 지역에너지계획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시나리오를 선택했던 약 90여 명의 시민참여단에게 다시 보여주는 건 어떨까? 그때 당신이 선택했던 "그" 시나리오가 이 보고서 내용과 맞는지 확인해보고 한 번 더 논의하고 수정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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