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에 대한 답례 형식을 빌어 대북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데 대해, 보수 야당은 연일 색깔론을 들이대며 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당 지도부 회의석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비판하며 "(같은 논리라면) 대북 대화 구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이 정권의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청와대 주사파들은 좌파 정권이 끝나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국보법 이적행위가 얼마나 중죄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지금은 미중 대결구도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때"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등을 사법적으로 단죄한다면 "대북 대화 구걸정책" 또한 "대통령의 통치행위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회의에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중앙일보>가 보도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 김영철의 발언을 들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에 따르면,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방한 당시 우리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예정대로 할 경우 군 등 내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며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같은 대화 내용은 통일부 및 외교부 고위당국자들이 당정 간 만남에서 민주당 측에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김영철과 회동한 (결과에 대해) 국민적 알 권리를 철저하게 속인 정권이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들을 철저히 기만하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한다'는 사실만 이야기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가지고 대화하겠다'는 사실은 쏙 빼버렸다. 정말 천인공노할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정태옥 원내대변인 명의로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내고 "북핵 대화가 북의 핵을 용인하는 거짓 평화 회담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문제를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다. 역시 "북의 고위급 대표단이 방한 당시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겠다', '한미 연합훈련이 이뤄지면 수용할 수 없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에 비추어볼 때, 현 시점에서의 남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정 원내대변인은 또 "국정원이 남북회담을 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간첩을 잡아야 하는 국정원이 남북대화를 주관하는 것은 예부터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입장'대로라면, "잘못된 관행"의 시초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이후락 부장을 '평양에 다녀오게' 한 박정희 정권인 셈이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도 "(특사 파견은) 뜬금없다.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수작일 뿐"이라면서도 "특사를 보내더라도 가려서 보내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장관, 서훈 국정원장 3인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특사를 보내려는 이유도 불분명하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굳이 보내겠다면 비핵화의 중요성을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고 대한민국 군사안보적 맥락의 절박감을 갖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송영무 국방장관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보수 표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문재인 정부 공격에 나섰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북특사 이전에 대미특사를 파견하든 문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든 긴밀한 한미 공조가 우선"이라며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비핵화 말을 꺼내도 북한이 북미대화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국민을 기만한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북핵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며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 결정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북미 사이의 불신을 걷어내야 하고, 대북특사 이후에는 대미특사도 함께 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당 지도부 회의에서 "민평당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 결정을 환영한다"고 공식 밝히며 "한미동맹을 공고화하면서 남북대화도 지속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민평당 중진인 박지원·정동영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지난달 12일 이정미 대표가 공개적으로 "북한 고위급 방문에 대한 화답으로 대북특사를 파견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실질적 준비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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