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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저축은행 수사, 나도 수긍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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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저축은행 수사, 나도 수긍 어려워"

영수회담, 靑-민주당만 '자화자찬'…다른 야당들은 "공허" 비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7일 회담에 대해 당사자들과 외부의 평가가 엇갈린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 반해, 민주당 일각과 다른 야당은 "알맹이는 없는 허무한 회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민주당 "이번 회담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타날 것"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성과가 많았다기 보다는 민생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해 정책 기조나 시스템을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역할의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목표는 개별 민생 문제를 하나 더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며 "정책 기조의 변화가 생기면 민생 문제 한 가지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한미 FTA나 추경예산 관련 발표 문안을 보면 야당 주장이 길게 열거되고 청와대는 간단하게 됐다"며 "그 부분은 야당의 입장을 (청와대가) 수용한 것"이라고 '양보'를 강조했다. 김두우 홍보수석은 "저축은행 문제도 '정부와 여야가 최대한 국정조사에 협조한다'는 대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면 될 것"이라며 "문구 하나 하나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양 측 모두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지 모르나 "이번 회담의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차차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다른 야당들 "허무…한심…孫, MB 면만 세워줬다"

그러나 다른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국민적 실망감만을 안겨준 채 허무하게 끝났다"며 "오늘 회동을 통해 이명박 정부로부터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며 국정을 바로잡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밖에 길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가계부채, 저축은행, 일자리 문제 모두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고 대학등록금, 추경 편성, 한미 FTA는 각자의 입장만 확인한 꼴이 됐다"며 "대통령은 3년 만에 이뤄진 영수회담을 떨어지는 지지율 제고의 수단으로 이용한 느낌이고 손 대표는 이런 대통령의 면만 세워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공허한 말로만 끝난 한심한 회담"이라며 "청와대는 야당과 소통했다는 목적에만 집착했고 민주당은 국민에게 비춰지는 모습만 신경을 써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소한 등록금 인하와 추경 예산에 대해서만큼은 진전된 입장을 받아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한나라당만이 "허심탄회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MB "등록금, 반값은 어려워도 내려야…동일장소 동일노동 차별 줄이겠다"

한편,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날 회담에서 오간 자세한 내용을 오후 추가로 공개했다. 김두우 홍보수석과 이용섭 대변인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과 관련해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손학규 대표에게 "반값까지는 못하더라도 등록금은 내려야 하며 고등교육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대학 진학율은 등록금의 높고 낮음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며 "대학 교육은 보편화된 국민적 권리로 인식하고 재정 지원을 하고 사립대 구조조정과 재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 손학규 대표는 "공기업과 10대 재벌 기업이 비정규직 감축 계획을 만들도록 인센티브 등 방안을 검토하고 특히 5대 재벌 기업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도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과 임금차이를 대폭 줄이도록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동일장소 동일노동의 경우 차별을 없애 가겠다'는 중요한 말씀도 하셨다"고 설명했다. 김두우 수석은 이에 대해 "취지는 비슷한데 표현은 좀 다르다"고 해명했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손 대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정면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과감히 수술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 자금 투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실기하지 말고 제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적 자금은 구조조정 특별 계정을 먼저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 내용을 지적하는 손 대표의 말에 "(영업정지 전 1조 원이 빠져 나갔는데 검찰이 85억 원만 특혜 인출이라고 발표한 것은) 감정적으로는 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잘못된 수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성역 없이 조사하는 데 이의가 없다"며 "금융감독원에 내가 먼저 갔던 것도 다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추경 편성을 안 한다는 것을 너무 단언적으로 말하지 말고 열어 놓고 검토해 달라"는 손 대표의 요구에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경을 남용하니 국회 스스로 추경 요건을 강화하지 않았냐. 환경이나 여건이 바뀌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갖춰지면 그때가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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