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의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키로 한 가운데, 제2공항 입지선정 용역에 참여했던 업체에 또 다시 기본계획 용역을 맡기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제주 제2공항 사전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사전타당성 재조사'는 대한교통학회가 맡고,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주)유신 컨소시엄이 맡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참여하는 유신 컨소시엄이 숱한 논란을 키웠던 '제2공항 입지선정' 용역의 당사자라는 점이다. 즉, 입지선정 용역에 참여했던 업체가 그 용역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용역에 다시 참여하게 된 셈이다.
사전타당성 재조사 용역과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분리해서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사전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맡은 대한교통학회 역시 유신 컨소시엄에 속해 있다. 유신 컨소시엄은 (주)유신을 대표사로 수성엔지니어링과 (주)일신, 흥덕, 유구엔지니어링, 대한교통학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교통학회가 자신이 속한 컨소시엄의 대표인 (주)유신을 상대로 검증을 해야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이번 용역과 관련해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용역진이나 자문위원 등을 배제해 공정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신 컨소시엄이 이번 용역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은 25일 논평을 내고 "우려했던 주장이 현실이 됐다. 이번 타당성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선정된 유신은 부실의혹의 중심이 된 사전타당성 용역의 당사자"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사전타당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업체에다 다시 기본계획 용역을 맡기겠다는 국토부의 황당한 기개가 놀랍다. 타당성재조사는 유신이 아니라 컨소시엄의 일원인 대한교통학회가 담당하니 문제없다는 인식"이라며 "전체 39억원의 비용을 수반하는 용역의 컨소시엄 대표를 상대로 같은 컨소시엄 하위 파트너인 대한교통학회가 과연 객관적이고도 공정하게 타당성 재조사를 해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특히 "(주)유신이 수행했던 지난 '제2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이 별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없이는 기본계획과 타당성재조사의 용역을 다시 문제의 당사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국토부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고 타당성재조사 역시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부는 당장 유신 컨소시엄에 대한 입찰을 거둬들이고 타당성재조사에 대해 명확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을 위해 주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사전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에 주민들을 참여시킨다면서 물밑으로는 부실덩어리 용역의 당사자를 제2공항 기본 계획 용역 수립 업체로 선정한다는 것은 앞으로 주민들과 대화를 끊겠다는 선전포고와도 다름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부지선정 문제의 당사자인 (주)유신을 거리낌 없이 다시 기본계획 용역의 당사자로 내세운 국토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주민들에 대한 2차 가해와 다름없는 파렴치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재조사 과정을 위해 주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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