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북한의 석탄·석유 불법 거래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을 골자로 하는 최대 규모의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가장 무거운 제재를 지금 단행했다"며 "한 나라에 대한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다. 어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는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파나마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역대 최대 규모의 독자 제재로, 북한의 해상 무역을 포괄적으로 차단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 통로를 막겠다는 취지다.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과 기업은 미국과 거래를 할 수 없고 금융망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서 북한을 위해 일하는 선박과 해운사, 기관들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해 제재 회피를 통해 북한에 이용되는 모든 불법적 수단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제재는 북한의 석탄·석유수송을 포함해 불법 해상 활동을 현저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제재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한 당일 발표됐다. 므누신 장관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추가 제재에 대해 미리 보고 받았으며 팀의 일원이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23일 만찬에서 추가 제재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일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함으로써 남북간 해빙 기류에도 불구하고 '최대 압박' 전략의 고삐를 죄어가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게 최대 압박 전략의 골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방카 보좌관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대북 최대압박을 위한 공동노력이 효과를 거뒀고, 한국의 대북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제재 조치로는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던진 셈이어서 미국이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아가느냐에 따라 북핵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회견에서 "이번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2단계로 가야할 것"이라고 추가 제재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규정하며 "2단계 조치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우리가 협상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 될 테고, 그럴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북한의 선택을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화법일 수도 있지만,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에 가까운 이번 대북 제재 조치도 효과가 없다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북미 대화를 위한 물밑 탐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음으로써 외교적 해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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