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청와대 본관에서 30분 간의 비공개 접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보좌관을 통해 미국에 대북 정책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대화 분위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얘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의 한미 양국 정부의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를 촉구했다.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이후부터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이전 정부들의 노력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잡은 '대화'의 기회를 잘 살려 나가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위업'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북미 대화에 나서 북핵과 관련된 진전된 합의를 얻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남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관련 기사 : 남북 정상회담이 '트럼프 치적'이어야 하는 까닭)
이날 비공개 접견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했는데, 북한 핵과 미사일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을 위한 공동 노력이 효과를 거뒀고 한국의 대북 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포괄적 해상 차단 조치를 포함한 대규모 추가 대북제재 패키지를 23일(현지시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동안 진행된 최대 압박 전략의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최대 압박' 전략과 함께 향후 북미 대화를 통한 본격적인 대북 관여 정책의 가동을 시사한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강경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북미 간의 예비 대화에 개방적인 신호를 보내며 '최대 압박을 통한 관여'를 공식화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편 비공개 접견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상춘재로 자리를 옮겨 이방카 보좌관을 극진히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까지 걸어서 마중나가 차에서 내리는 이방카 보좌관을 직접 영접했다. 만찬 장소인 상춘재는 외국 정상급을 모시는 자리다. 이방카 보좌관에게 '정상급' 의전을 한 것이다.
만찬 의제는 양국 올림픽 선수단의 선전,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및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 한국 문화와 케이팝(K-POP) 등이었다고 한다. 이방카 보좌관은 "내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매일 댄스 파티를 벌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다음에 대통령 내외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비공개 접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관련 의제가 제기됐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공개 접견에서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사이에 통상 의제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간의 비공개 접견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 대리가 참석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제임스 리시 미국 연방 상원의원,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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