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미국도 남북 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며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미국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뤄진 한-라트비아 정상회담에서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부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일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통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면서 북한에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미국의 양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제일 중요한 역할과 키를 쥐는 것이 미국 백악관 입장이라 우리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예전에는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태도를 보였다면, 지금은 평창 올림픽과 남북 대화라는 두 가지 모멘텀이 작용하면서 미국의 태도가 우리와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조심스레 주시하면서 미국 백악관 내에서 논의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관건이다. 여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거나, 최소한 그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대신 북한은 적어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신형 미사일 실험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 시험이나 탄도 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북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자제한다는 의지를 내비친다면, 공은 다시 미국 측에 돌아간다.
청와대나 국방부는 아직 한미 연합 훈련을 예정대로 치르는지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지 않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한미 연합 훈련 축소도 검토 대상인지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서로 통화를 할 수도 있다. 만약 두 정상 간의 통화로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남북 정상회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는 그 다음 단계다.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시기, 대북 특사 하마평 등 언론의 각종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지금 생각하는 구상과 진로하고는 너무 속도가 나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 기회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며, 혹여라도 탈 날까 봐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등 정치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최측근인 김여정 특사를 보낸 만큼, 우리도 답례 차원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특사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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