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주간 2교대와 월급제 등을 요구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와해된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을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연봉 7000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인다"면서 해고노동자들의 자살이 줄줄이 이어지는 쌍용자동차 사례를 극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부터 노조와 충돌을 빚었던 이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노조 폄하 발언으로 보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곤 했다. 노조에 대한 이날의 공세는 이 대통령의 평소 인식, 노동운동의 예봉을 꺽고자 하는 의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클릭하고 있다'는 재계의 반발에 대한 고려 등이 두루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 투입으로 해산됐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물리적 저항도 하지 않았던 유성기업 파업을 이 대통령이 다시 끌고 나온 것 자체가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란 이야기다.
"이젠 국민이 결코 용납치 않을 것"
이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 사태 등에 대해선 "근래 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인해서 서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크게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번 저축은행 비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다스리겠다는 당초 약속대로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간략히 언급하는데 그쳤다.
대신 그는 "이런 가운데 연봉 7000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평균 2000만 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지만 그 세 배 이상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며 파업에 대한 공분을 유도했다.
그는 "이번 경우는 단순히 그 기업만의 파업이 아니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면서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젠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러분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쌍용차의 경우 파업 사태 전까지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106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러나 노사관계가 안정된 뒤에는 38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차 한 대 만들던 시간에 이제는 세 대를 만들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라면서 "쌍용차의 경우 지난 2009년 큰 갈등을 겪은 뒤에 기업도, 노조도 변화해서 적극적으로 노사상생 프로젝트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자살자 속출로 사회문제되는 쌍용차가 모범사례?
이날 이 대통령은 유성기업 노조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연봉 7000만 원' 주장에 힘을 실으며 맹비난 했다.
또한 자신들은 별다른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하면서 정규직 노조를 공격한 것은 전형적 노노갈등 유도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연봉 2000만 원의 비정규직'을 언급했지만 그는 한 달 100만 원도 못 받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파업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없다.
이밖에 무급휴직자들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는 쌍용자동차를 모범 사례로 든 것도 적잖은 반발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은 "노조의 불법파업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사례에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성기업 사측 역시 파업 이전에 공세적 직장폐쇄로 맞선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도 터졌는데 왠 파업이냐"는 이 대통령이 노정 간 충돌을 마다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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