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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미투'…"진보정당에 성폭력 있었다"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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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미투'…"진보정당에 성폭력 있었다" 반성문

이정미 대표 기자회견 "진심으로 사과…책임 다하겠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한국사회에서도 성폭력 피해 고발 '미투' 운동이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원내 진보정당 정의당이 당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사례를 자진 공개하며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했다. 이정미 당 대표가 직접 '미투' 동참을 선언하며 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이 재개됐다"며 "지금 재개된 '미투' 운동은 모두 과거형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제때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 대표는 이어 "목격자는 침묵하고, 가해자는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동안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결국 그들은 수 개월, 때로는 십수 년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용기를 냈다"며 "지금 입을 열어야 할 주인공은 그들 피해 여성이 아니다.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피해자 개인에게 용기를 요구할 수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전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 입을 열어야 할 의무는 비난하고 침묵했던 조직과 단체들에 있다"며 "한 명의 여성 정치인으로, 정의당이라는 조직의 대표로서, 오늘 미뤄두었던 자기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당조직 또한 성폭력 문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저는 오늘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나 상대 정당의 폭로를 통해 공론화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당 내 문제를 선제적으로 고백한 것은 정치권에서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조금 전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해당 당직자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으면서,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당 정의당 안에서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광역시도당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동료 당직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부문조직 위원장이 해당부문의 여성 당원에게 데이트를 요구하며 스토킹을 하고, 전국위원이 데이트 관계에 있는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제명되는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말씀드린 대로 가해자의 상당수가 당직자였다"며 "(또한) 대표인 제가 다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도 있을 것이다. 피해자 여러분께 정의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많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성폭력 그 이상으로 성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좌절한다. 사건이 벌어진 직장이나 단체가, 외부의 시선이나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문제를 무마하거나 덮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대중의 1표가 중요한 정당으로서, 비난을 받고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성폭력 사건을 불투명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았는지 저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자기 반성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실제 성폭력 가해자인 당직자가 신속한 징계 절차를 밟게 하는 대신 권고사직을 하게 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당내 징계절차가 있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 해결 중 가해자가 완고한 자기 논리를 앞세워 책임지기를 거부하거나, 탈당 등의 방식으로 징계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고 자신과 정의당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며 "이로 인해 아직까지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기다리게 해서, 혹은 먼저 용기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오늘로 정의당의 반성문을 마치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당은 이미 잘 정돈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당규가 있는데도 이런 제도가 성폭력을 막지 못했다. 결국 허다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며,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구성원의 의지"라고 강조하고 "당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자시 반성을 마무리했다.

자기 반성을 넘어, 정치권 전반의 성찰을 촉구하는 데까지 이 대표의 회견은 나아갔다. 그는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기반을 둔 폭력이라면,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의도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이라며 "여성 정치인·보좌진·언론인에 가해지는 성폭력은 일상적이지만 유야무야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 각 정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고 꼬집으며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상대 정당을 비난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 성폭력 문제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의당) 혼자만의 힘으로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부터 정치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작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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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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