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주류'가 '반값 등록금'으로 노선 투쟁에 불을 붙이자 친이계 구주류는 '정풍운동'으로 맞불을 놓았다.
김효재, 신지호, 김용태, 조전혁 등 친이계 의원 15명은 24일 '약속'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공동 발표하고 "부산저축은행 사태 국정조사를 6월 국회에서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야당과 적극 협의에 나설 것을 한나라당 지도부에 엄중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조해진, 권성동 등 친이직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청와대 정진석 수석을 비롯한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은 물러나라"고 한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날 이재오 특임장관도 한 특강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정풍운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었다.
일련의 주장들이 친이계 구주류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나라당 쇄신파 등 '신주류'와 친박계 의원들이 반값 등록금, 감세 논쟁 등 정책 논쟁에 불을 지피며 주도권을 쥐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대해, 구주류 의원들이 '정풍운동'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더 철저히 (조사, 처벌 등)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부산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의원들의 이름 4~5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또 저축은행 관련 정관계 로비스트로 추정되는 윤 모 씨가 구속된 상황인데다, 소망교회 출신 박 모 씨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등 '권력형 비리'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저축은행사태 국정조사와 함께 6월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북한 인권법, 국회선진화법 등의 처리도 요구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의원들은 강석호, 김성회, 김용태, 김효재, 나성린, 안형환, 유일호, 조진래, 조전혁, 안형환, 이화수, 신지호, 진성호, 정옥임, 안효대 의원 등이다.
황우여 "MB 결단도 촉구할 것" VS 전여옥 "7조 원, 옆집 개 이름이냐"
이들은 "앞으로 정책이나 사안이 이슈가 될 때마다 오늘 성명을 발표한 그룹들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이슈에 대해 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 따라하지 말라"고 한 발언을 업고 반값 등록금에 대해 친이계 구주류들이 일제히 한 마디씩 하고 있는 것도 당권 투쟁 등을 앞두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정몽준계이고 이재오 특임장관과도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전날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내걸었는데 문제는 돈이다. 기재부도 곤란하다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다"며 "정책은 예산이고 숫자다.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려면 우선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순서인데, 황 원내대표의 발표는 순서가 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야당은 '진정성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정부는 전혀 협의된 바 없는 사항이라고 한다"고 지적하며 "황 원내대표는 대체 어떤 소통을 한 것인가. 7조2000억원 은 옆집 개 이름이 아니다"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이 당초 이명박 대통령에 내세운 공약이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상급식 전선'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나라당이 실현 가능한 재원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는 데에도 아쉬움이 있다"며 "복지와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한나라당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정책협의회에서 "이제까지 구두로만 얘기가 됐던 반값등록금 문제를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의 입장을 듣고 정부와 당정협의를 하겠다. 필요하면 대통령의 결단도 촉구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받는 쇄신파 등 신주류가 'MB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고, 구주류가 'MB공약'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이상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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