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꺼내들면서 등록금 논쟁에 다시 회오리가 불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당과 협의한 적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고, <조선일보>는 "票(표)퓰리즘"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황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며 "학생, 학부모, 대학 등을 만나 등록금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지원을 통해 가구소득 하위 50% 이하의 가구 자녀에 대해 차등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선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새로이 지도부를 형성한 이른바 '신주류'가 친서민 정책으로 과감하게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5년 간 등록금 인상률 30%
여기에는 과도한 대학등록금 부담이 중산층 가정까지 불안케 하고 있다는 민심이 더해졌다. 대학알리미 공개 정보에 따르면 고려대학교의 경우 2011년도 등록금이 가장 비싼 의학계열은 연간 1280만 원에 육박했고, 가장 낮은 인문사회계열도 738만 원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은 지난 5년 사이에 사립대학교는 25.3%, 국공립대학교가 30.2%가 오르는 등 일반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배가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고려대 의대는 2016년에는 등록금이 1600만 원이 넘고, 인문사회계열도 920만 원이 넘게 된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가계금융조사에서도 7.9%의 가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비로 학교 등록금을 꼽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문제 있다"는 전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민주당 등 야권이 적극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등록금 문제를 이대로 두다가는 지난해 지방선거 무상급식 논쟁과 마찬가지로 2012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 "대학 구조조정부터"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이와 같은 움직임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해 당장의 등록금 지원에 앞서 대학구조조정을 선행해야 한다는 쪽에 논쟁의 방점을 찍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을 "票퓰리즘"이라고 평가한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면 생활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 대학 진학률은 82%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대학은 4년제가 200개, 2년제가 150개다. 이름만 대학일 뿐 헛껍데기 대학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이어 "우리 대학 교육의 근본 문제는 자녀를 이런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한 가정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느냐와 이런 대학의 목숨을 부지시키려고 정부가 국민 세금을 계속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대학 등록금은 국민 부담과 대학 숫자, 대학 경쟁력, 대학 진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정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 득표 수단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간 나라가 결딴난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등록금 인하, 대학 모델부터 정하고 논의하라"는 사설을 통해 "우리 대학 진학률은 2010년 79%에 이른다"며 "고학력 사회의 한쪽에서는 구인난이, 다른 쪽에서는 대졸자 취업난이 빚어지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아지고 청년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출산율의 대폭 감소로 2020년에는 한 해 고교 졸업자가 현재의 60만 명에서 4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는 '한계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들 대학에까지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대학들, 특히 사학들의 저항이 상당할 수밖에 없어 여기에만 매달리면 당장의 등록금 고통을 줄일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총선·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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