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과,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정당 대표 연설과, 본회의장 앞 결의대회 등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또는 4인 선거구제 확대를 촉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비(非)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정치로부터 가능하다"며 "2016년 총선에서 저희 정의당은 7.2%의 국민 지지를 받았으나 국회 의석수는 전체의 2%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받는 거대 정당들은 자신이 받은 지지보다 훨씬 많은 국회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그것이 시간상 어렵다면 현재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대선거구제의 정신을 살려 4인 선거구를 제안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 원내대표는 "만약 양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소선거구제나 다름없는 2인 선거구를 방패로 지방정치를 독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본회의 전인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민심 그대로 지방선거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최대한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특정 정당이 독식하거나 거대 양당이 나눠먹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의당은 결의문에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기초의원 선거구 1034개 중 2인 선거구가 59.3%에 달한 반면, 4인 선거구는 단 2.8%에 불과했다"며 "영호남의 경우, 대구 동구의회는 전체 15석 중 14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했고, 광주 남구의회는 전체 11석 중 10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초의회를 독점하거나 나눠먹기하면서 주민들 곁에서 민생을 챙겨야할 기초의회의 정치적 다양성은 실종됐고, 기초단체장에 대한 건강한 견제와 균형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결의대회에서 "어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도입 문제를 다시 한번 '추후에' 하기로 했다"며 "왜 정치개혁은 늘 뒤로 미루고, 선거제도 개혁은 늘 '추후에'이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소극성과 무책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이라도 집권여당답게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국회 헌정특위 5차 회의에서 지방선거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은 내팽개친 채 광역의원 선거구와 기초의원 정수만 원포인트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민심 그대로' 정치개혁은 유보되고 '기득권 그대로' 선거만 고집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지방선거 기초의원을 3 내지 5인으로 중선거구제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은커녕, 최소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지 못하게 하는 개정이라도 하자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요청했으나 민주당과 추 대표는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전 대표는 "촛불이 열어준 정치개혁이 이렇게 여야 양당 기득권 정치에 의해 좌절되고 있는 데 대해서 깊은 유감"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기초의원 선거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는데, 온몸으로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당은 그렇다 치고,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야 할 민주당이 거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촛불 시민의 열망인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노회찬, 김성태 겨냥 "8번 기표가 힘들어? 미국은 26번도 한다"
정의당은 개헌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동시 실시를 촉구하면서 한국당을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합당한 이유와 구체적 대안 없는 약속 위반은 정치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제가 지금 미국의 투표용지를 가지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선,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투표용지"라며 "기표란이 모두 26개다. 어떤 분은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 모두 8번 기표해야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힘들어서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미국의 유권자는 26번 기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 김성태, 6월 개헌 불가 이유가 고령 사회라서?)
노 원내대표는 "26 대 7, 이것이 미국 유권자와 한국 유권자가 갖는 권력의 차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미합중국 국민보다 더 작은 권력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없다. 집중된 권력의 분산은 지방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권력 되돌려주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의 연설에는 헌법·선거법 개정 외에도 권력기관 개편, 민생 대책, 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비판과 제안이 담겼다. 그는 "지난해 드러나 지금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강원랜드의 경우에는 518명의 최종합격자 중 493명이 부정선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청탁 명단에 현역 국회의원 5명 등 전현직 의원7명과 관련 부처 공무원들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사법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있었다면 이러한 사안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특검을을 실시하고, 공수처 설치를 하루 빨리 처리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평등의 현실을 타파하는 것이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불평등, 불공정 구조타파를 통한 격차 해소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모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고 초당적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문제는 각 정당대표 연설에서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5당 후보들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최저임금 1만 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느냐, 2022년까지 달성하느냐로 나뉘었다"고 지적하고,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한강이 흐르는 것도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아니다. 원내 각 당이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을 제시하고 합의에 즉각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보수 야당과 언론에서 최저임금 문제로 영세 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는 데 대해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것으로 자영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의 피해를 말하는 국회는 지금까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왔느냐?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느냐?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도대체 왜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냐?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에 대해서는 무슨 조치를 취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 그는 "국회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습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말이고, 비핵화는 영구적 한반도 평화의 전제"라며 "그런 점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같은 정책은 평화보다는 갈등과 긴장을 택하고, 종국에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동에 불과하다"고 보수진영 일각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비판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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