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한국의 복지국가운동이 당면한 현실은 유럽에서 복지국가가 형성되고 확대되던 시기의 국내외적 조건과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 복지국가 형성의 주요한 동력이었던 노동계급과 이념정당이라는 조건이 현재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는 단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복지국가 운동의 선결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유럽형 계급·이념정당을 만들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정치적 목표에 공감하는 여러 세력들이 정치연합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노선을 둘러싼 과장된 차이들이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방법론의 차이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이슈와 해법을 가지고 시민들 사이로 파고들어 '복지국가 지지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사회연구소 |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라며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국가는 유예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므로 2012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다수파 전략이 필요하며 핵심적인 부분이 민주당과 다른 정당간의 단일정당 구성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민주당은 더 진보적으로 바뀌고, 진보정당은 이념정당으로 남는 것을 택하거나 또는 진보적으로 바뀐 민주당과 함께 보편적 복지국가를 중심가치로 하는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동계급에 기반한 진보정당'이라는 주체 없이 여러 당 간의 연대와 연합만으로 복지국가가 실현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진보정당이라는 명확한 주체가 있을 때에만 '노동존중의 보편적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012년을 목표로 정당통합을 구상할 경우 '민주당+약간의 시민사회세력'만 참여할 것이라며 이 정도의 세력으로 복지국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형식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진보정당이 가진 정치력 부족 등의 한계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손석춘 진보대통합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이상이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하지만, 정당 간의 통합이 아니라 선거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외부에서 진보대통합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두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내부의 진보·민주 세력을 정당으로 결집한 새로운 진보정당이 만들어질 때 의미 있는 연합정치가 가능하며 한나라당-재벌-언론 동맹의 재집권 저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은 '민주당의 한계가 구조적인 것은 맞지만 진보정당의 확장력의 한계나 이념적 경직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정당통합의 노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시민사회에 균열을 내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1987년에 시민사회가 갈라짐으로써 나타났던 결과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민주당의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민주당을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견줄만한 또 다른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생각이 모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시민정치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을 모아내고 지지를 얻을 것인지를 물었다.
김태현 원장은 우선 통합된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을 우선 과제로 두고 이 통합된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1만 명을 모으는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민주노총의 계획을 발표하였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조직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중소상인, 청년실업자 등 당사자 단체 ▲촛불국면에서 등장한 풀뿌리 시민 ▲보편주의 복지를 지지하는 중산층과 함께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상이 교수는 복지국가국민운동본부는 수다모임이나 간담회, 토론회 등을 활발히 열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으로 풀뿌리 차원에서 복지국가 운동주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이에 대해 손석춘 공동대표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복지국가 운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스터디 서클 운동 같은 자발적인 학습모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기식 위원장은 과거의 활동가 중심의 대변형 운동이 아니라 시민이 제안한 것을 훈련된 활동가가 조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서구에서도 복지국가를 만들려는 세력의 집권과 그리고 집권 이후의 기득권적 저항을 거치면서 복지국가가 만들어졌다며 이러한 저항에 대항할 수 있는 견고한 시민사회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러 시민정치운동 세력 간에 차이점도 존재하지만 더불어 복지국가를 향한 단일한 대의기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