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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를 '진정한' 애국자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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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를 '진정한' 애국자로 만드는 방법

[의제27 '시선'] 민간임대차제도 도입해야

우리 부동산 정책에서 다주택자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평생 가도 내 집을 갖기 어려운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한 채도 아니고 두 채, 세 채 씩 집을 갖고 있다면 부러움을 넘어 분노하기 십상이다. 더구나 그동안 집값이 주기적으로 폭등하면서 다주택자들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려왔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국민적 감정은 결코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최근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은 안 오르고 전월세난이 문제가 되자, 다주택자야말로 세놓을 집을 제공하는 애국자가 아니냐는 논리가 등장한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대 놓고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이들이 당당한 임대사업자가 되도록 길을 터주자는 특집을 기획했다. 이른바 시장주의 학자들은 이제야 시장원리가 제대로 논의되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잠잠하다. 예전 같으면 사회의 공적 취급을 받던 다주택자들이 우리도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으니 세금 깎아달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30%는 다주택자 소유 주택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56%밖에 안 된다. 다른 곳에 자기 집이 있는 경우까지 합하면 61%. 서울은 그보다 10%는 낮을 것이다. 국민의 반 가까이가 남의집살이를 하는 셈이다. 그 중 공공임대주택과 건설임대사업자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빼면, 전체 가구의 약 30%, 500만 가구는 개인 다주택자 소유 주택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는 3만여 명, 30만 채에 불과하다(2008년). 또한 주택임대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하더라도 임대소득세를 매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세 방식으로 세놓을 경우 임대소득세가 아예 면제되어 오다가 최근 극히 일부에 대해(3채 이상, 보증금 3억 이상), 극히 미미한 수준의 소득(보증금 4억 원의 경우 연간 180만 원)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월세라 하더라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빼주고 있다. 월세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해당자가 적고 공제수준도 낮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임대소득세를 납부하는 경우는 1~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소득세 얘기가 나오면 곧바로 전월세가 올라갈 것이라는 식으로 겁을 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여기에 대처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2주택자는 양도소득의 50%, 3주택 이상은 60%로 강화한 바 있다. 물론 1가구 1주택은 6억 원(현재는 9억 원)까지 비과세로 함으로써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세율상 엄청난 차이를 두고 있다. 한 마디로 1주택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반면 다주택자는 집에서 이득을 얻지 말라는 취지였다.
ⓒ뉴시스

유명무실한 양도소득세와 사문화된 임대사업자

때문에 높은 다주택 양도소득세율은 수시로 세금폭탄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기라도 하면, 구입 수요를 부추기는 차원에서 양도세는 언제나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보란 듯이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했는데, 2012년까지 2주택자는 1주택자와 같은 세율, 3주택자도 같은 세율이되 투기지역만 10% 포인트 상향. 더구나 이 기간 중 미분양주택을 포함해서 새로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가 낮을 때 집을 더 사는 사람이야말로 애국자라는 논리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많이 착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전국 어디든 집이 두 채 이상이면 다주택자 양도세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소재 주택 중 3억 원이 넘지 않으면 2주택으로는 취급하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95% 이상이 3억 원 이하이다. 또 3주택 이상의 경우도 지방광역시만 아니면 된다. 결국 지방에 웬만한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법상 다주택자가 아닌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주택거래에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비율은 5%가 채 안 된다. 설령 납부하더라도 시세차익을 통해 얻은 소득에서 실제로 납부하는 금액의 비율인 실효세율은 평균 7%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니 이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리 만무하다.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고, 종부세도 안 받는다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비율은 5% 미만이다. 어차피 부동산 경기가 떨어지면 양도세가 유야무야 되는데 굳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원이 드러나면서 자칫하면 자녀들 앞으로 얹어두었던 건강보험료도 내야 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현행 제도가 주택소재지 지자체가 다를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지만 말이다.

모든 다주택자는 등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옹호하는 이른바 시장주의자들은 주택을 공급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애국자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그나마 남아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이들을 임대사업자로 인정하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에서 다주택이라고 양도세 중과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좋다. 그렇게 하자. 대신 조건이 있다. 자신이 살지 않고 임대하는 주택은 모두 등록해야 한다. 또한 선진국들처럼 임대소득세를 정당하게 납부하라. 등록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세입자의 연속 거주권을 인정하라. 이른바 자동계약 갱신제다. 그리고 임대료 인상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라. 이런 것들은 억지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모두 하는 민간임대차 제도들이다. 글로벌스탠다드 차원에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려면 역시 같은 차원에서 민간임대차 제도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오히려 현재보다 다주택 양도세나 종부세를 더 강화시켜야 사회적 형평에 적합하다. 애국자가 되는 데는 조건이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사회의 공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그런 식으로 한다 하더라도 다주택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 여러 채 갖는 것을 금지토록 하자는 정당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든 가구가 내 집이나 공공임대주택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전체 가구의 1/3정도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자. 또 공공임대주택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최대치가 10~15% 정도일 것이다. 그러면 20% 정도의 가구는 민간소유 임대주택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민간임대차 제도를 근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도리밖에 없지 않은가? 독일은 민간임대주택 거주가 반이 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주거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양도소득세라는 '팔 때 내는 세금'을 무기로 하기보다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용할 때 내는 세금이 더 효과적이다. 설령 당장 임대소득세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식화된 민간임대시장을 통해 임대료 보조제도나 다양한 공적 임대시장을 육성할 수 있다. 우리가 다주택자를 비난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위력적인 억제수단이 없었지 않은가? 차라리 소유는 인정하면서 운용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기가 살지 않는 주택은 모두 등록토록 하는 데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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