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허위경력 이채필, 인사청탁 금품수수 의혹까지

"노동부 총무과장 때 돈 봉투 받고 석달 뒤 돌려줬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노동부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총무과장으로 있으면서 승진을 부탁하는 부하 직원에게 돈 봉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다음날 돌려줬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돈을 건넨 사람은 "서너달 뒤에 돌려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서너달 뒤'까지 받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면 뇌물을 받으려고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오락가락 이채필, 처음엔 "내 방에서 돌려줬다" → "민원실서 돌려줬다"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11일 <한겨레>는 고용노동부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2003년 7월 휴일에 노동부 총무과 민원실 별정직 6급 김모 씨의 부인이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 근처 이 부호자의 아파트를 찾아가 고급 화장품과 현금 1000만 원을 나눠 담은 한지상자 등을 이 후보자 부인 하모 씨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민원실장으로의 승진을 희망했고 이 때문에 인사업무를 담당하던 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돈 등 뇌물을 건넨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 돈을 받았지만 김 씨의 승진은 불발로 끝났다. 그러자 김 씨는 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하소연했고 결국 노동부 내에서 소문이 퍼진 것. 김 씨가 돈을 돌려받은 것은 그 이후였다는 것이 김 씨와 그의 부인의 주장이다. 김 씨는 그해 말 노동부를 정년퇴직했다.

이에 대해 이채필 후보자는 "총무과 남자 직원이 검토할 서류를 가져다줬다고 해서 A4용지 크기의 행정 봉투를 건네 받았지만 뜯어보지도 않은 채 다음날 아니면 그 다음날 민원실에 내려가 김 씨에게 봉투를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바로 돌려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해명은 오락가락하다. 특히 돈을 돌려준 장소에 대해 처음에는 '내 방(총무과장실)'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민원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총무과장 방에 혼자 올라가 받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또 김 씨는 부인이 이 후보자의 아파트로 찾아가 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후보자는 총무과 직원이 돈이 담긴 서류를 건네줬다고 말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건넸다는 고가의 화장품에 대한 해명도 없다.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자는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돈을 결과적으로 돌려줬다고 해도 몇 달 동안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휘하 공무원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4000만 원을 받았다가 6개월 뒤에 돌려준 ㄱ군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자는 허위 경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통의 경우 경력을 더 좋게 포장하기 마련이지만, 이 후보자는 반대였다. 실제로는 울산제일중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중·고교 검정고시'라고 본인의 경력을 주장해 온 것이다. "가난과 장애로 인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독학으로 마쳤다"는 그의 학력은 이번 개각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 후보자를 주목받게 했다.

<프레시안>이 9일 제기한 이 후보자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후보자가 울산 제일중학교를 졸업한 게 맞다"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