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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참여당, 김옥균의 실패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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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과 참여당, 김옥균의 실패에서 배워라

[기고] 유시민 병장의 화려한 부활의 길은?

내 역사 지식이 얕아서인지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을 보면 1884년 12월에 일어난 갑신정변이 생각난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당시 34세), 홍영식, 서광범, 유길준, 서재필(당시 18세) 등은 당시 조선에서 가장 개명된 지식인들이자, 가문 좋은 양반 집안의 기대주들이었다. 이들은 신사유람단 파견, 우정국 설치, 근대적 군사 교육 등을 주도했다. 이들은 근대적 군대, 통신, 교통, 의료, 교육 관련 제도와 기술과 인력 등을 수용, 배치, 교육, 조직 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시간이 가면 그 세력이 엄청나게 확대, 강화되게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역사를 주도할 수 있는 천운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들은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밀려온 일시적 반동을 참지 못하고, 또 일본의 책략에 놀아나 보잘 것 없는 정치, 군사적 역량으로 쿠데타를 감행하여 결과적으로 박규수 문하에서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조선 최고의 근대화(개화) 역량을 한 순간에 다 털어 먹어 버렸다. 역사의 상류에서 小利와 격정과 무지가 뒤틀어버린 물줄기는 중, 하류로 내려오면서 엄청난 민족적 참극을 초래하였음은 불문가지. 조선은 열강의 축구공 신세로 되었다가,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전장이 되고,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을 거쳐 분단과 전쟁과 기나긴 휴전 상태로 귀결되었다. 오늘날 이 땅에 公共은 간데없고 邪私만 맹위를 떨치는 문화 풍토는 상당 정도 자주적 근대화의 실패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한국의 근현대사는 시대정신을 타고 있는 자들, 다시 말해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역사의 주도권을 쥐게 되어 있는 자들이 감행한 "좌익맹동주의" 내지 "한탕주의"에 의해 너무 자주 역사가 역류하고 뒤틀려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최상류에 갑신정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아는 한 국민참여당의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이나 민노당보다도 젊고, 학력 수준도 높은 도시 화이트칼라(지식근로자)가 많다. 여기까지는 진보신당과 비슷한데, 국민참여당은 그들보다 자유, 시장, 경쟁, 개방에 더 전향적이고, 이념적으로 더 다원적이고 중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현실 감각과 국제 감각도 높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의 비극적 죽음에 분노하며, 더 나아가 정치와 정당에 대한 시민의 직접 참여의 중요성을 안다는 사실은 이들의 용기와 문화적 매력과 확장성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이들이 유시민에 대한 "묻지 마 선호・지지"가 본령인 팬(빠) 클럽 구성원이 아니라, 표방한 철학과 가치를 진짜로 견지하고 실천하는 정치 부대로 움직인다면, 19세기 말의 개화파처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세가 커져서 끝내 역사의 주도권을 쥐는 존재로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낡아빠진 지역주의, 계급주의, 협소한 집단이기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다른 정당의 당원 및 지지자들을 조만간 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나는 이들이 노무현 정신을 굳건히 견지하면서 끈기만 있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늙은 호랑이, 민주당을 잡으러 왜 통합이라는 굴에 들어가지 않는지 도통 모르겠다. 바위도 돌비석도 풍화 되는데, 나이 많은 인간들이 만든 정당이라고 풍화되지 않을 리 있겠는가? 민주당은 분명히 풍화 되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민주당을 거치면서 총체적으로 풍화 내지 노화 되었다. 호남향우회의 조직(정치) 역량도, 지역주의적 투표 심리도 많이 약화되었다. 민주당의 당 조직이 얼마나 헐렁헐렁, 푸석푸석 한지는 2010년 10월 전당대회때 확인되었다. 조직세가 보잘 것 없었던 손학규 대표의 당선 자체가 그 생생한 증거이다. 당시 민주당은 단돈 1000원의 당비를 내는 당원이 5만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나마 연락도 안되는 당원이 부지기수였다. 올 들어 지역위원장들과 출마예정자들이 총선을 대비하여 열심히 당원 모집을 했지만 아직도 당비 1000원(그 중 CMS 비용이 720원)을 내는 당원이 10만 명을 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원의 권리가 거의 없으니까...... 그런데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기본 당비는 1만원이다. 선관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정당들이 국민들로부터 1년 동안 걷은 총금액(당비+기탁금)을 보면 한나라당은 153억 원, 민노당은 83.3억 원, 민주당은 64.2억 원이다. 의원과 고위 당직자들이 내는 당비와 기탁금의 비중이 크니까 망정이지 일반 당원들이 내는 당비로만 보면 민주당은 민노당의 1/5 아니 1/10이나 될까 모르겠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봤을 때 민주당의 힘은 조직력이나 동원력에서 나온 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균형) 감각과 대중성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이는 국민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진보 소수당들이 멍청해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높은 지지는 진보 소수당들이 무슨 종교집단이나 팬클럽처럼 편향된 단색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후진적인 조직문화와 비이성적인 선민(엘리트)의식 등을 갖고 있다 보니 생긴 일종의 반사이익이라는 얘기다. 단적으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진성은 이들의 상호 비판 내용과 오랜 행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두 당에 다 참여해봤던 진중권의 한겨레 칼럼 '민주당 이후를 생각함'(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5996.html)을 보라.

한편 국민참여당은 과거 3김이 총재로 군림하던 정당과도 비교할 수도 없고, 지금의 이회창당이나 문국현당보다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이 하나 만으로도 심각한 결함인데, 더 심각한 것은 이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1인이 최근 7~8년 동안 끊임없이 야권 지지자들 다수가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행보를 해왔다는 것이다. 2008년 초 통합민주당 탈당, 대구 출마 그 자체, 얼마후 슬며시 대구 철수, 결정적으로는 99간짜리 저택을 지을 터에 국민참여당이라는 초가삼간 오두막을 지어놓고 생존 투쟁을 벌이는 행태다. 김해을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 탈당 명분(게임규칙과 사회자유주의)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민노당에 대한 접근, 노무현을 독점하려는 태도 등은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5년 열린우리당에서의 현명치 못한 당권 투쟁('싸가지'시비의 뿌리), 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와 대통합민주신당 합류 등도 있다. 내 눈이 흐려서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난 7~8년간의 유시민의 정치 행보에서는 암만 봐도 위대한 정신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유시민 펀드를 제외하면 참신한 방법도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회한 술수나 때를 기다리는 감동적인 끈기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정말 노무현이라면 도저히 할 것 같지가 않은 행동을 수없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이런 비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이러니 민주당이 아무리 후진적이라 할지라도 선 듯 진보 소수당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만민란' 기치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야권에 혁신과 통합이 일어날 경우 기꺼이 당원으로 참여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과 진보 소수당의 추가 동원력을 감안할 때, 또 OPEN Primary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많은 지지자들을 감안할 때, 진보 소수당의 문제는 낮은 동원력이 아니라, 호랑이 굴에 뛰어들어 호랑이를 잡으려는 기개 부족이 아닐까? 또한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감동과 기대를 주어 다수파가 될 수 있는 노선과 행태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어차피 정치인은 '믿고 의지하고픈 무결점의 위인'-있기만 하면 정말 좋겠지만-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 내지 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의 쓰임새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여전히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무현 정신과 완전히 담쌓고, 아무런 낭만도 감동도 없는 정치 행위를 지속한다면 의외로 유시민의 역할은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한다. 이번 4.27 선거에서는 한 때 큰 역사적 역할을 했거나 역할이 기대되었던 김경재(순천 국회의원선거, 3.3%득표)와 이갑용(울산 동구청장선거, 3.6%)이 조용히 망가졌다. 이들의 형편없는 득표율 자체가 화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망가졌다.

어떤 사람은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향후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한 유시민의 발언에 대해 '당원 뒤에 숨는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유시민을 진정으로 아끼고, 그의 위대한 역사적 역할을 기대하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총체적 혁신에 동의하는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과 더불어 유시민으로 하여금 힘도 별로 없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결단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유시민은 시대가 요구하는 어떤 흐름-학생운동, 노무현 일병 구하기, 개혁당 등-을 타고 갈 때는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인물이지만, 스스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주도적으로 운용할 때는 오류를 숱하게 범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정신과 참신한 방법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흐름을 만들어 유시민을 승선시키는 것이 그의 역사적 사명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의 큰 흐름을 믿고,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유시민 병장의 화려한 부활의 길은 보이리라 생각한다. 진보의 3연속 집권의 길도 보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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