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한나라당 안에서 '주류 책임론'이 일부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6일 중립 성향 원내대표가 선출될지, 주류의 지원을 받은 원내대표가 선출될지 결과에 따라 당 쇄신의 모양새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고려대 후배인 3선의 이병석 의원(경북), 친이재오계인 3선의 안경률 의원(부산), 그리고 중립 성향으로 영남 출신 이주영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한 중립 성향 황우여 의원(인천)의 3파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이병석, 황우여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 2중 1약으로 평가받는다. 안경률 의원의 경우 '이재오 2선 퇴진론'의 벽에 부딪혀 많은 의원들이 꺼려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경우 "결국 쇄신은 물건너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병석 의원은 친이상득계이기도 하다. 거기에 TK(대구경북) 출신이고, "정부와 소통도 할 줄 아는(친이계 초선)"인물이다. 최근 전통적 지지층인 TK 지역 홀대론이 당내에 만만치 않은 상황에 비춰보면 "TK를 뽑으면 한나라당이 '영남당' 소리를 듣는다"는 반박은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TK 지역 의원들이 조적적으로 이 의원을 지원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TK 지역 친박계 인사들은 이병석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재오 특임장관과 달리 주류의 한 축인 이상득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TK 의원들이 뭉치고 있는 상황인데다, 친박계 의원들이 이상득 의원을 보고 이병석 의원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이 주류는 안경률 의원보다 이병석 의원을 덜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친박계의 이병석 의원 지원 조짐은 원내대표 경선 이후를 내다 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를 대변한 이병석 의원이 부상할 경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친박 진영이 이상득 의원 진영에 할 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TK 원내대표에 수도권 중립 성향, 혹은 친박에 가까운 중립 성향 인사를 대표로 밀 수 있게 되는 것.
다만 황우여-이주영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은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지원과 중립 성향 수도권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결국 172표에서 안경률 의원 지원 가능성이 높은 친이재오계 35명 가량을 제외한 140여 표를 어떻게 나눠갖느냐에 따라 두 의원간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수 있다.
이 가운데 변수가 하나 있다. 유럽 순방 중인 박근혜 전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하루 전인 5일 기자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국내 현안에 대해 입을 열면, 상당수 친박-중립 성향 의원들의 표심은 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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