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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한나라당, '이재오ㆍ박근혜 공동대표론'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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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길 잃은 한나라당, '이재오ㆍ박근혜 공동대표론'까지 등장

연찬회 결론 못낼 듯…결국 6일 원내대표 경선이 관심

한나라당은 2일 하루동안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어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주류와 비주류가 맞붙을 오는 6일 있을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의 진로를 엿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는 백가쟁명에서 그쳤다. "노무현 탄핵 직후보다 더 심각한 (민심 이반) 상황(남경필 의원)", "한나라당은 응급실 중환자 수준(최경희 의원)"이라는 투의 현실 진단은 앞다퉈 쏟아냈지만, 재보선 패배 원인 진단이 다양한 만큼 해결책도 다양했다. 여기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별도로 이번 당 쇄신 방안 논의에서 소외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도 계속됐다.

재보선 직후 당 지도부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데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도 사의를 표했고, 청와대 역시 만지작거리던 개각 카드를 이례적으로 빨리 내놓을 예정이어서, 정작 당이 쇄신책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년간 한나라당은 선거 참패 때마다 지도부 문책, 청와대 개편, 각료 퇴진 등을 외쳐온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당 쇄신파들이 내놓았던 인사 혁신안마저도 무시했던 게 청와대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연찬회 도중 일부 기자들에게 "(지금 분위기는) 내홍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사실 2년 전, 3년 전에 다 나왔던 얘기들"이라고 푸념한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이번 연찬회는 171명 중 100여 명이 참석한데 그쳐 한나라당의 낮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이재오-박근혜 '공동대표론'부터 총선 전 '프라이머리'까지

아이디어는 쉴세없이 쏟아졌다. 크게는 '주류 책임론'에 바탕을 둔 해결책부터, '박근혜 역할론'까지 다양했지만, 어느 제안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류 측 의원들은 "왜 우리 스스로 탓을 하지 못하고 남탓만 하느냐(이은재 의원)"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기도 했다.

일단 당정청 쇄신 차원에서 '이재오 2선 퇴진론'이 등장했다. 민본21 간사이고 수도권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퇴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이 장관이 2선으로 후퇴하라는 소리는 안하지만 공간을 좀 열어 달라. 예컨대, 특임장관보다는 교육부장관으로 옮기면서 공간을 당원들에게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을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주장했다.

▲ 2일 열린 연찬회에서 한나라당 쇄신파 리더격인 김성식 의원과 얘기 나누는 나경원 최고위원 ⓒ뉴시스

친이재오계이고 수도권 출신인 김용태 의원은 "총선 전에 대권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를 시행하자. 그 다음에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 (총선 지역구) 전략 지역을 명쾌히 해서 후보 지지도가 낮은 사람은 자동 탈락시켜야 한다. 그리고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 배제, 청와대 개편시 특정 인물, 인맥 배제 등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프라이머리' 제안에 대해서는 신지호, 조전혁 의원 등 일부 친이계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당 지도부 총사퇴로 인해 곧 있을 전당대회와 관련된 얘기도 나왔다. 친이직계였다가 중립 지대로 넘어온 정태근 의원은 "지금의 전당대회방식으로는 지구당 위원장을 줄 세우기하는 그러한 결과만을 낳고 있기 때문에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지호 의원은 "1년 반 전에 대통령 후보로 나올 분은 당직에서 사퇴해야 되는 그런 (당헌당규) 규정을 풀어야 한다"며 정몽준 전 대표의 주장을 뒷바침했다. 당의 "힘 있는 후보들"이 지도부에 포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홍준표 최고위원 등은 이같은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신지호 의원의 주장이 차기 주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 한편, 일각에서는 '공동대표론'까지 등장했다. 이재오 장관의 최측근 중 하나인 이군현 의원은 "당의 최대 주주들인 이재오 장관, 박근혜 전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는 체제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방식의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역할을 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직접 당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가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사리에 맞지도 않다는 것이다. "실컷 망쳐놓고 이제와서 무슨…"이라는 얘기가 친박계 입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보수 재편론과 관련해 활발한 발언을 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보수의 위기를 강조했다. 남 의원은 "세상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시대의 가치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남 의원은 이어 "우리 보수가 해야 되는 기본도 못한 부분이 있다. 경제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안보 불안도 굳건히 지켜내지 못했고, 법치도 지켜내지 못했고, 자유의 가치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원내대표 경선…주류-비주류 대결 전초전 된 연찬회

이처럼 백가쟁명인 상황에서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형환 대변인은 "연찬회 이후 이같은 행사가 또 계획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논의는 6일 있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표심'을 통해 녹아들 수밖에 없다. 경선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 쇄신위원회를 산하에 두거나, 비대위가 '쇄신위' 기능을 하는 식의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도는 친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경북), 친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부산)이 주류를 대변하는 형국이다. 두 인사는 모두 영남 출신이다. 여기에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인천), 이주영 의원(경남)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쇄신파 리더격인 김성식 의원은 "변화의 조짐을 보여줄 수 있는 인사가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 중립적인 인사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한 축인 소장파가 중립 성향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친박계가 주류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 비춰보면, 중립성향 의원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황우여-이주영 단일화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맞서 주류 측에서도 이병석-안경률 단일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표 성향을 분석해 보면 비주류인 친박(40명 이상)+소장파(30명 이상)가 171명 중 약 80명 안팎을 차지하게 된다. 주류는 약 70~80명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주류-비주류간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수 있다.

문제는 주류가 승리할 경우 '주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변화'의 의지가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면 돌파'와 쇄신의 성공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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