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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법적 문제 없다 보고 받아"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 통해 "최순실 관련 보고 아무도 안했다" 책임 떠넘기기

구속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도 쓴 돈이 있고 우리가 써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본인의 형사책임은 없지만, 특활비를 받아쓴 사실 자체는 인정한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재판 변호인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는 2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월 4일 면담 때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문제부터 여쭤봤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집권 초에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서 쓴 돈이 있고 우리가 써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했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뿐이지 그 돈을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보고받은 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특활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은 자기가 쓴 특활비는 국정원 특활비가 아니라 원래의 대통령 특활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이른바 '0차 독대'에 대해 "안봉근 비서관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만난 네 번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처음은 2013년 5월 미국 순방 때 몸이 불편한 이건희 회장을 부축하고 왔을 때 함께 본 것이고 독대는 세 번"이라며 "그 처음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때다. 9월 12일에 만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나한테 줄곧 세 가지를 강조했다"며 "첫째,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말을 지원받았단 사실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을 때 승마협회를 맡아 잘 이끌어 달라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정유라나 최순실을 지원해 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 셋째,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라고 밝혔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이 재단을 만든다고 합니다'고 하길래 '그렇게 도와주면 고맙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잘 도와주시라'고 한 게 전부"라고 했다고 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재단 관련 진술기록을 보여줬더니 "직접 연필로 몇 군데 대목에 줄을 치더니 그 옆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최순실에게)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최순실이 대통령 앞에선 다소곳했고 심부름도 잘했기 때문에 자기 앞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게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경찰·민정수석 등 보고받는 데가 많은데 최순실 보고가 전혀 없었냐'고 물어보니 '그런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왜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2016년 9월께 '비덱' 문제가 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있던 최순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대뜸 최순실이 '비덱이 뭐예요'라며 잡아뗐다고 한다"며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한때 '언론에서 없는 일을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삼성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최 씨가 고친 일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반짝 하는 건 있다"며 "대선 때도 용어 선택할 때 톡톡 튀는 말을 잘 찾아냈다"고 했다고 한다. 유 변호사는 "그런 차원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에게 연설문 내용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최순실이 딱 한 번 박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 부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며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한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자,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 남성을 군대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거절했고 "그것 말고는 최순실이 개인적 청탁을 한 건 전혀 없다. 최순실도 대통령 성격상 자기가 개인적으로 뭘 꺼냈다간 그날로 끝장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입장도 유 변호사를 통해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서를 받으셨느냐고 물어보니 '저한테 보고서를 냈다고 하면 제가 읽어봤을 거예요'라고 했다"며 "본인은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현재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확실하진 않지만 앞으로 특활비 재판도 안 나갈 것 같다"고 했다. 재판 거부가 전직 대통령다운 처신이냐는 지적에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보고 변호인단에게 통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 지난 19일 면회 때 자신이 '구치소에서 나오면 생선회를 대접하겠다'고 덕담을 하자 "아휴, 그런 날이 오겠어요?"라고 했다고 전하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리에 디스크가 있고 왼쪽 무릎에 물이 차 다리를 잘 구부리지 못한다. 부신 기능이 나빠 얼굴도 많이 부었다"며 "매트리스에서 자는데 허리가 아파서 밤에 한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고 구치소 안에서 "주로 독서를 한다"고 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대망>, <지리산>, <객주>, <토지>같은 대하소설을 주로 읽는다며 "문화 관련 책이나 영문 잡지도 보신다. 얼마 전엔 허리가 아프니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힌 책을 좀 구해 달라고 하더라. 구치소에서 잠깐 틀어주는 방송 말고 신문이나 일반 방송은 일절 안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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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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