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창당 1주년을 맞은 자리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방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 대표는 안 대표와 자신이 통합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뜻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양당 지도부는 이날 두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다고 발표하며 통합 작업에 가속도를 냈다. 국민의당 정책연구원은 통합시 정당 지지도가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승민 "안철수와 나, 공동 리더십으로 지방선거 치르자"
유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당과 통합 얘기를 죽 해왔다"며 "바른정당이 하고 싶은 정치가 약해지고 사라지는 통합이라면 저는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정치가 강해지고 우리가 그 길로 계속 나갈 수 있는 통합이라면 제가 앞장서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동지 여러분, 우리의 창당정신·정체성인 개혁 보수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며 "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더 강해진 모습으로 국민 앞에 다가가야 한다. 제가 꼭 그렇게 만들겠다"고 통합의 명분을 설파했다.
유 대표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이 계속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 어렵지만, 2월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통합신당이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노력하기로 오늘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히며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잘 되면,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을 하고 (통합신당이) 국민들께 어떤 정치를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통합신당의 지도체제를 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자신 간의 의견차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무슨 단독으로 대표를 하거나 당권에 욕심을 내는 것은 눈꼽만큼도 없다"며 "저와 안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는 방법보다 신당 성공을 위해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무조건 그 방법을 따르겠다"고 했다.
유 대표는 "비록 12월에 했지만 '백의종군'이라는 말씀을 한 것은 부담이라고 생각한다"고 안 대표를 간접 비판까지 하면서 "통합신당이 초반에 국민들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양당 대표의 책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단독 대표 할 생각 없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국민의당에 계신 분들에게 '안 대표가 초반에 책임을 지도록 설득을 해 달라'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이학재 의원도 "통합의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가 신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 당 동지들이 이를 관철시켜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간담회 말미에 다른 질문에 답을 하다가도 "신당이 초반 3개월이 정말 중요하다. 신당의 성패와 관련돼 있다"면서 "그만큼 중요한 시기라 (제가) '백의종군할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정치인이 책임질 땐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딴 사람이 해 주면 저도 쉬고 싶지만, 신당을 창당해서 출범시키기로 한 이상 (신당이 잘) 안 되면 저와 안 대표 두 사람 책임이 제일 크다. 두 사람이 책임지고 공동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생각"이라고 비교적 명확히 지도체제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 문 닫겠다 했으니 대구시장에 총력…현역 차출 없다"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통합신당의 성공 기준이 광역단체장 몇 곳을 가져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유 대표는 "지금 몇 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구체적 답을 하지 않으면서 다만 "대구시장에 한국당이 당선 안 되면 당 문을 닫겠다고 했으니까, 대구시장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웃으며 말해 눈길을 끌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장을 내어주게 되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유 대표는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7석을 못 지키면 당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저희들은 원희룡 제주지사 1석인데, 원 지사가 (통합 동참) 최종 결정을 안 했지만 통합신당으로 같이 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원 지사와 관련해 "저번에 제주에 가서 원 지사가 고민하는 '1대1 구도'에 대해 정병국 의원과 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며 "현실적으로 그게 쉽겠느냐. 홍준표 대표는 선거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는데 (우리가) 꺼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전국에서 좋은 선거를 하는 게 옳다"고 언급했다.
지방선거 후보로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을 차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역 차출은 본인들 뜻이 제일 중요하다"며 "현역의원 중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없어서 현역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도지사(후보)는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며 "안 대표와 저희가 다 나서서 새로운 인물을 찾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나 유 대표 자신이 서울시장·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대구시장이든 서울시장이든 생각해본 적 없다"며 "저는 그것(지방선거 도전)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 보수의 밑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당에 대해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를 보니 한국당이 118석인데 9%이고 우리는 9석인데 8%더라. 홍 대표는 지지도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 정도면 벌써 당 대표를 그만뒀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자기가 빨리 물러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라고 한국당에 대한 공세를 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관련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과 의견차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큰 차이 없더라"며 "저는 이 전 대통령 문제는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수사해서 밝힐 것은 밝힐 것이고, 검찰에서 기소하면 법원으로 갈 것이다. 그게 사법 절차"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정치권이, 특히 권력을 가진 분이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국민 상식으로 보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이나 개입, 간섭으로 보일 수 있으니 그게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였다"며 "제가 이명박 정권의 문제에 대해 수사하는 것을 반대할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른정당 창당기념식에 특사·축전·화환 보낸 安…양당 지도부, 통합작업 가속
유 대표의 이날 발언에서도 엿보이듯, 국민의당·바른정당 지도부는 통합 관련 행보에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 창당 기념식에 축전과 화환을 보냈다. 안 대표는 축전에서 "바른정당은 기득권 수구 보수에 저항한 개혁 정신으로 새로운 개혁보수의 길을 열었다"며 "이제 합리적 진보인 국민의당과 미래를 위한 통합의 정치를 만들며 더 크게 성장할 것을 고대한다. 함께 중도개혁 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전진하고 승리하며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발전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기념식에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회를 맡고 있는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참석해 "안 대표가 꼭 직접 와서 축하해 드리고 앞으로 함께 해나가자는 말씀들 드리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못 오고 제가 대신 왔다"며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같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축하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양당 지도부는 이날 기존의 통추협을 양당 대표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 '통합추진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참여하던 이언주·이태규(국민의당), 오신환·정운천(바른정당) 의원 외에 양당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대변인을 추가하고 인재영입·기획조정·총무조직·정강정책·정치개혁비전 등 5개 분과위를 설치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국민정책연구원'은 이날 한국갤럽에 의뢰해 통합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당이 통합하면 한국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도 2위로 올라선다는 발표를 내놨다. 연구원(원장 이태규 의원)은 "통합신당 지지율은 16.4%로 두 당의 단순 합산 지지율보다 4.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5.0%, 한국당 13.5%, 국민의당 4.9%, 바른정당 7.4%, 정의당 4.0%이나, 통합 후에는 민주당 39.5%, 한국당 13.0%, 통합신당 16.4%, 통합반대파 신당 3.2%, 정의당 5.8%로 집계됐다. (22~23일 2013명 대상 조사, 상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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