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도지사 등 단체장 못지않게 전북교육감선거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김승환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설 인물들이 일찍부터 출마선언을 하는 등 모습을 드러내 출마예상자만 8~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시안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차기 교육감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들을 만나 교육철학과 현 교육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무순> /편집자주
황호진(56) OECD대한민국 대표부 전 교육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33년넘게 오직 교육 한길을 걸어 온 교육과 행정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OECD대한민국 대표부 교육관직을 맡으면서 프랑스에서 4년 반 동안 선진교육을 직접 피부로 느낀 이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또 교육부 학교정책실 교원정책과장, 전라북도교육청 부교육감직 등을 맡으면서 교육과 교육정책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황 전 교육관을 만나 교육철학과 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OECD대한민국 대표부 전 교육관이라는 직함이 좀 이채롭다.
A. OECD는 유럽, 미주, 일본 등 35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로서,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가입했다. 회원국의 경제사회발전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세계경제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정부 간 정책연구·협력기구이다.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노동, 복지, 환경 등 경제·사회 분야 정책 전반에 걸친 논의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는 평생학습, 고등교육, 조기아동교육 및 보육 등 회원국의 교육영역별 정책의 비교.분석 및 제안을 하고, PISA 국제학업성취도평가와 같은 사업 등을 실시하고 교육제도 개선의 정책제안을 하기도 한다.
저는 1997년 2월 교육부를 대표해 초대 교육관으로 파견됐다. 4년반 동안 교육관으로 일하면서 선진교육을 구체적으로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교육도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큰 성과였다. 귀국해서는 ‘OECD 교육정책 분석’이라는 책을 펴내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Q. 전북교육의 현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A. 저는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교육의 대변혁을 꿈꾸는 진보적인 사람이다. 현재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에게 희망도 미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북교육은 교육행정의 기본 틀을 갖추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교육성과에 대해 도민들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금은 교육기본에 충실한 새로운 비전과 혁신이 필요한 때다. 교육현장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존 교육의 뚜렷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전북교육은 정체와 퇴행을 반복하느냐, 개혁과 발전을 통해 미래로 가느냐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전북교육을 옥죄는 불통행정은 청산되어야 한다.
전북교육이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의 대변혁을 이루어야 한다.
Q. 교권의 추락이 심각하다. 교사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
A. 교원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복한 교단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교사들이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에 충만해있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행복감이 넘칠 때 아이들도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럼 학교폭력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생님들이 행복감을 갖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위치나 역할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며, 학교와 교육당국의 일관된 정신적, 심리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단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교육이 대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Q. 전북교육이 세계 최고의 교육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 현재 ‘정답을 맞히는 교육’에서 벗어나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꿔져야 한다. 교과지식의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풀이보다 과제를 스스로 수행하는 주도적 학습능력, 의사소통능력 및 비판적 사고력,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간성 함양도 중시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종사자부터 인식이 변해야 하고, 학교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또 이에 부합하는 교육인프라 구축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우리 교육은 전반적으로 대학입시 틀 안에 갇혀 있는 게 현실이다. 삶의 가치와 방향을 깨닫게 하고 자기주도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학교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특히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한 교육이어야 한다. 일반 서민가정의 아이들도 노력하면 사회지도층이 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이 가진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다.
Q. 내신 상대평가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A.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공동성장을 목표로 하는 협업인재가 필요하다. 지금의 경쟁과 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내신 상대평가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획일적이고 경쟁과 서열을 조장하는 지금의 상대평가제도가 유지되는 한 4차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협업인재 양성은 요원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비용투자가 곧 학력’이라는 공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교육개혁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혁신학교나 과거 진보교육을 자처하며 수업방법만 일부 바꾸면 혁신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저는 대안으로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을 주장한다.
특히 10년 뒤에는 AI가 인간 업무효율성을 앞설 것이라는 미래 예측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과연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개혁은 내신 상대평가제를 폐지하고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Q. 전북교육을 망친 주범은 ‘폴리페서’라고 주장했는데.
A. 저는 그동안 전북교육을 망친 주범은 ‘폴리페서’라고 생각한다. 일부 교수들이 정치권력을 추구하면서 초중등 교육현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특히 교육감 직선이 치러진 2008년 이후 전북교육감 당선자가 모두 교수 출신이다. 폴리페서 출신 출마자 중에는 도지사나 국회의원 진출 등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과거 모 후보는 교육감 출마를 앞두고 담당하던 두 과목을 합반하면서 ‘학생들 커리큘럼은 나 몰라라 하는 꼴이 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치판을 기웃거렸던 폴리페서 출신들이 정계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고 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다. 전북교육은 이제 교육행정전문가에게 맡겨져야 한다.
Q. 교육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정책이 돋보인다.
A.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은 정규직 전환을 통해 차별 없는 노동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전북도교육청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초등 돌봄전담사, 방과후 코디네이터, 혁신학교 업무도우미를 비롯한 10개 직종(700여명) 중 시설관리원 85명을 제외하고 모든 직종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 불가 의견을 낸 바 있다.
결국 오는 3월이면 대다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 속에서 대규모 실직사태, 고용불안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북교육 관련 비정규직은 청소 담당 800명, 초등 돌봄 강사 700명, 유치원 시간제·기간제 교사 500명, 당직 노동자 350명 등 67개 직종에 총 5200여명에 달한다.
전북교육청은 현재 시설관리원(85명)을 제외한 모든 직종에 대해 무기계약 전환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전북교육청이 비정규직 차별을 당연시 하는 반 노동 정책이다. 현재 초등돌봄강사들은 수개월째 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보듬는 정책이 아쉽다.
차별 없는 노동정책 실시를 거부하고 있는 전북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인권을 중시하고 차별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교육계에 일자리 안정이 이루어 질 때 전북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황호진 OECD대한민국 대표부 전 교육관은>
이처럼 전업주부인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맛있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황 전 교육관은 완주 봉동 출신으로 전주고와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고려대에서 교육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특히 1982년 행정고시 교육직 1호로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교육부 정책분석과장, 교원정책과장 등 학교정책실, 고등교육실, 인적자원정책국 등에서 근무했으며, 대한민국학술원 사무국장, 전북대학교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OECD대표부 교육관으로 4년 6개월 동안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4년 2개월 동안 전북교육청 부교육감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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