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재보선 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나라당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의 거센 공세에 분당을 지역에서는 '식비 대납', 강원도에서는 '허위 문자 전송'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헛발질로 판명되거나 불법 콜센터 논란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표 "식대 대납했다고? 안형환, 명예훼손으로 고소"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경기도 분당을 선거구에서 손학규 후보와 김진표 의원 등이 50대 남녀 13명의 식대를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식사를 한 주민 12명이 "'선거와 관련한 향응 수수' 의혹 제기가 사실과 다른 명백한 허위이며 우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명예훼손"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우리 일행 중 1명이 개인카드로 1인당 6000원에 해당하는 우리가 먹은 밥값을 계산했다"며 "(우리를) 특정 정당으로부터 밥 한끼 얻어먹고 우리들의 소중한 투표권을 팔아먹는 사람들로 매도한 한나라당의 파렴치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한나라당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25일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에 대해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고소 및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 운영이 세간의 주목을 받자 이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민주당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이 24일 민주당 주승용 의원이 지난 7일 분당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주승용 의원은 25일 성명을 내고 "배은희 대변인이 경찰수사 의뢰 운운하며 제기한 4월 7일은 본 의원이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의를 하는 날로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국회에 있었던 날"이라면서 "본 의원은 분당에 4월 14일 이전에 선거구에 가 본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분당(을)지역구민을 모아놓고 그 어떤 향응이나 식사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배은희 대변인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즉각 고발할 것이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제기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엄기영 VS 자원봉사자?…"용돈 벌이로 '엄 후보 지지' 전화"
강원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최문순 후보가 'SBS 8시 뉴스 지지율 1%차 박빙'이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적시된 문자 22만통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지만, '불법 콜센터 운영' 사건의 충격이 워낙 커 당황해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불법 콜센터'에서 엄 후보를 지지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돌렸던 한 주민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자원봉사를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용돈 벌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후보의 천안함 발언에 격분한 주민들이 자원봉사"라는 엄 후보의 주장과 완전히 다르다.
이 주민은 이어 "아는 동생이 하루에 5만 원 버는 일이 있다면서 소개해줬다. 남편도 직장에 다니고 애들도 다 커서 용돈이라도 벌 겸 나갔다"고 경위를 설명하며 "전화로 선거운동을 한 거지. '4월27일 선거인 거 아시죠? 꼭 투표하세요. 기왕이면 기호 1번 엄기영 후보 찍어주세요' 한 게 다"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다들 자기 할 것만 했고, 여기저기서 소개받고 와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일 불쌍한 건 아기엄마들이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분유값 한 푼 더 벌려고 나온 엄마들 너무 불쌍하다"며 "하루에 5만원을 받기로 했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 '나중에 끝나면 준다'고 했었다. 그것만 믿고 일한 거다. 정당하게 일했는데 오히려 범죄자가 돼버렸고, 단 돈 1000원도 못받았다. 이제는 잘못하면 벌금까지 내야 할 지경이 돼 너무 짜증난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형사가 '(불법인 걸) 알고 간 것 아니냐'고 묻는데,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알았으면 안 갔지"라며 "젊은 아기엄마 남편들은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엄 후보 쪽을) 고소하려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5일 강릉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포폰은 민간사찰에만 쓰는 줄 알았더니 불법 선거운동에도 사용했다. 우리는 여기에 지출된 펜션 사용료, 대포폰 사용료, 일당, 점심제공 등을 약 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엄기영 후보는 선거법을 명명백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오늘 강릉경찰서를 방문해서 엄기영 후보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해 달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특임장관실은 아무에게나 수첩, 핸드폰 나눠주니 우리도 신청하자"
특임장관실 공무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특임장관실은 "우리는 직원을 김해에 파견한 적 없다"는 말 이상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첩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사의 전화번호와 특임장관실 직원의 전화번호가 일치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특임장관실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는 투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수첩 주인이 '수첩을 찾으면 전화해 달라'며 남긴 전화번호가 특임장관실 팀장과 일치한다는데, 특임장관실에서는 핸드폰도 아무에게나 나눠주는가. 요즘 더 좋은 스마트폰이 나온다는데 전부 특임장관실에 하나씩 신청하자, 수첩도 신청하자.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한나라 '당혹감' 속 '정면돌파' 의지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가 굳건해지자, 민주당은 정책보다는 네거티브전략으로 바꾼 것 같다"며 "엄기영 후보에 대한 출처불명의 흑색선전,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더럽혀지고 있어서 개탄스럽다.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범인색출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민주당 최문순 후보 불법 선거 진상조사단'의 일원인 이범래 의원의 브리핑을 들었다. 안 대표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선거 전략팀의 간부가 이 허위사실유포, 이 범죄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또 "저희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강릉지역의 불법인쇄물 살포"라며 "('이명박 정부 예산삭감 날치기'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비방 유인물을 뿌린 용의자 두 명이 강원도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 외지인이 와서 풀었다면 상당히 큰 일이다. 불순 세력이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제가 분당에 가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까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는데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두 번씩이나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 때, 분당에 가서 선거운동을 한 것을 기억하는 지역주민들이 손학규를 한나라당 후보로 지금 착각하고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 대표를 한나라당 후보로 착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손 대표 지지율이 높다는 것으로 들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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