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 1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7%로 지난주에 비해 6% 정도 떨어졌다는 발표를 했다.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는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가상통화 대책,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교육 금지관련 정책 혼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북한 핵실험 위기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문제가 불거졌던 이후 두 번째 지지율 하락이라고 한다.
사례 2 : 지난 15일, 17일, 18일 3일 동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정책'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시장은 돈보다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효과도 없는데, 3일 동안 150억 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과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는 동시에, 사전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는 반론까지 미세먼지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대책까지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사례 3 : 이름도 생경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가상화폐가 갑자기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노원(NW)'이라는 가상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내달부터 사용할 수 있는 이 가상지역화폐는 2016년 9월부터 자원봉사·공유문화 활성화를 위해 발행했던 종이화폐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되는 것이다. 노원(NW)은 개인 및 단체가 노원구 내에서 자원봉사,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는 방법이자, 호혜적 경제를 실천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에너지제로하우스 실증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노원구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서두가 길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인구 천만이 있는 서울시의 시장이, 그리고 서울시 중심에서 떨어진 한 구청의 구청장이 펼치고 있는 정책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잘 드러내는 정책들이라는 점이다. 선출직 대표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정책들이다. 그래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실패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필자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이런 소신을 가진 단체장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약 5개월 뒤인 6월 13일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된다. 에너지 전환을 바라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우리의 대표나 일꾼으로 뽑아야 할까?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태양광과 풍력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 20%, 신규 설비 48.7GW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양적 목표로 한다. 2017년 기준으로 발전량 7.6%, 설비용량 15.1GW에 불과한 상황에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도전임에는 틀림없다. 2017년에 태양광 5.7GW, 풍력 1.2GW를 2030년까지 각각 30.8GW와 16.5GW로 늘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도전을 에너지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다면 좀 당황스럽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과 기술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 주체, 가치, 거버넌스를 비롯한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고재경, 2017).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꾸고, 대규모 중앙집중의 방식에서 소규모 지역분산으로, 반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정치가 민주적이고 시민참여적인 흐름으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와 더불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에 에너지분권이 반드시 주요항목으로 고려되고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만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원, 기술,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앞의 사례에서와 같은 일관된 정치 철학을 가진 지자체 단체장이나 의원이 필요하다.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은 이미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동의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에너지원을 바꾸겠다는 것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에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단체장이나 의원이 필요하다. 더디게 가더라도 시민들과 함께 가고, 성장이 아니라 탈성장을 꿈꾸며, 소규모의 분산형 에너지원으로 지역에서 만들어 지역에서 소비하고 지역경제를 선순환으로 돌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나갈 단체장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에너지정책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이슈이자, 핫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정책, 일자리 정책, 노동정책, 복지정책 등 다양한 정치적인 관점들을 두루 살펴서 강력하게 시스템을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