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보궐 선거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1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두 후보는 '이광재 계승', '삼척 원전 유치' 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엄 "재판중인 사람 공천하다니" VS 최 "강원도민은 알고 투표했다"
최근 민주당 소속 이광재 전 지사를 맹비난하고 있는 엄 후보는 이날도 "1심에서 유죄를 받고 재판 중인 사람을 후보로 공천해서 강원도민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고 민주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며 "(민주당은) 이광재 동정 심리를 최대한 자극해서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 후보는 이어 "이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때 주심 대법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을 때 변호를 맡았던 친노 인사인 박시환 대법관이었다"며 "민주당 주장대로 (정치탄압이)라면 친노인사가 친노인사를 탄압했다는 것인데 이런 정치 탄압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 후보는 이어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큰 변수는 아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에 최문순 후보는 "강원도민은 이광재 전 지사가 재판 중인 걸 알면서도 투표를 통해 선택을 했다. 강원도민들은 이광재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 후보는 이어 "엄기영 후보는 두 분(엄기영-이광재)이 서로 잘 아시는 사이에 이광재 지사에 대해서 좀 지나칠 만큼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데 대해서 저도 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내가 원전 찬성이었다고? 손석희 질문이 오류"
"엄 후보가 원전 유치 찬성 입장을 보이다 말을 바꿨다"는 논란이 일었던 삼척 원전 유치에 대한 설전도 이어졌다.
엄 후보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사회자인 손석희 교수의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예비후보 시절에도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삼척시민들의 열망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주민의 다수 의견(원전 유치 찬성)에 제가 찬성을 했지만 그 전제조건은 어디까지나 안전성이 담보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후 (일본 지진 사태 이후) 안전성 문제가 있으니, 정부의 검토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유치 활동을 중단하게 된 것을 호소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정부의 입장은 '원전 건설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엄기영 후보가 (원전 유치) 반대 입장을 밝히던 날 김황식 총리가 이런 입장을 얘기했다. 그리고 원전 유치를 적극 추진했던 삼척시장이 한나라당에 입당을 했다"며 "지금 정부 여당의 입장과 엄 후보의 입장이 다른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엄 후보는 "이광재 지사도 작년 10월 삼척시청을 찾아 원전 유치를 공언한 바도 있다"고 말했고, 최 후보는 "저는 처음부터 반대했다. 엄 후보는 '반대'인지 '일시적 중단'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
엄 "한나라당이 대오각성했다" VS 최 "행정이 정치권에 흔들릴까 걱정"
엄기영 후보가 MBC 사장 시절 한나라당에 의해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사장을 그만 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엄 후보는 "지난 36년간 한 번도 외도를 하지 않고 언론인의 길을, 정도를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제는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강원도를 위해 바칠 각오"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 저는 꼭 정당이 필요하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정당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강력한 정당이 돼야 되겠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강원도 홀대론' 등에 대해 "한나라당이 그동안에 잘못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이번에 강원도에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다"며 "그 약속을 과연 제대로 실행이 되도록 지키고 따지고 또 채근해 나가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최 후보는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지사도 행정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며 "정치권이라든지 주변의 다른 세력에게 행정이 휘둘린다면 그 행정은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정치권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MBC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사퇴한 엄 후보에 대한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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