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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관료 공화국은 누가 만들었나?

[기고] 상시적 선거운동 허용돼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시민의 정치학교이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이다. 공직 후보자는 자신의 철학과 정책을 자유롭게 충분히 알릴 수 있어야하고, 유권자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토대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대선 23일, 총선 및 지방선거 14일)외에는 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다. 이 짧은 기간 외에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운동기간위반죄(제254조)로 처벌을 받는다.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치적 자유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정책과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반대는 선거운동과 구분이 모호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행위로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법은 선거가 가까워지면, 마치 비상계엄령처럼 표현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전방위적으로 억누른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더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제90조(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설치 등의 금지)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중략)
1. 화환ㆍ풍선ㆍ간판ㆍ현수막ㆍ애드벌룬ㆍ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ㆍ진열ㆍ게시ㆍ배부하는 행위
2.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3.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ㆍ판매하는 행위"


돈은 막고, 말은 푸는 것이 민주국가 선거의 대원칙인데, 선거기간 중에는 공정의 이름으로 돈이 거의 들지 않는 '電氣通信의 방법' 즉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도 틀어 막고 있다.(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또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집회나 모임들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제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바로 이 선거법의 이름으로 선관위는 작년 말에 행해진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어내야만 2012년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민주진보정부를 세울 수 있다'라는 '국민의 명령' 대표 문성근 씨의 연설과 "2012년 바꿉시다!"라는 차량에 부착된 표어를 사전선거운동 위반이라고 경고 하였다.

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기간전에 '4대강살리기사업' 및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시민단체들이 내건 현수막과 배지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금하였다.(제90조 위반) 선거쟁점에 찬성ㆍ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배부ㆍ게시하거나 신문ㆍ방송ㆍ인터넷 등에 광고하는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금하였다(제93조 위반) 선거 기간 중에 선거구민을 상대로 선거 쟁점 관련 가두 서명 운동도 금지하였다.(제109조 위반) '국민의 명령' 사례에서 보았듯이 선거 기간 전에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는 대체로 사전선거운동으로 금하며, 선거 기간 중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금한다.(제103조 위반)

현행 선거법은 정치적 기본권을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여 선거운동을 정의한 제58조에 단서 조항(제1항)을 두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 및 의사의 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무엇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 표시"인지, 금지되는 선거운동과 허용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어떻게 구분할지 일반 국민들은 도통 알수가 없다. 이는 오직 선관위와 법원이 독점적으로 해석한다. 무릇 규칙이 애매모호하면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고발권이나 처벌권을 쥔 선관위, 검찰, 법원이라는 관료 권력의 재량이 커지게 되어 있다. 이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휘둘리게 되어있다.

예컨대 선관위는 4.27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부재자 투표 안내광고를 사전 선거운동 혐의가 있다며 내릴 것을 명령하였다. 선관위는 "정당의 명칭이 포함된 인터넷배너 광고는 공직선거법 93조 위반"이라 하였고, 민주당은 "정당법 37조 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항변했다. 인터넷 포털이 누구 말을 따르겠는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KBS 라디오 연설 내용 일부도 사전선거운동 위반 우려가 있다는 선관위 회신을 접수한 KBS 라디오에 의해 가위질 당했다. "4월27일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심판의 날입니다" "공약 뒤집기와 실패한 인사를 반드시 심판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라는 문구 중에서 '심판'을 언급한 문장이 삭제됐고, "투표장에 나가서 좋은 정당, 좋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보태주시길 바랍니다"라는 투표 참여를 독려한 대목도 삭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회신은 명시적 '행정 명령'이 아니기에 그 정당성을 다툴 방법조차 없다. 다투는 방법은 오직 위반해서 고발 당하는 방법 밖에 없다. 도대체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알아서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선관위의 수없는 가위질과 대못질의 핵심 근거는, 다른 사람도 아닌 현역 의원들이 비현역 경쟁자들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속박하기 위해 만든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다. 지난 4월12일 삼척시 선관위는 바로 이 조항과 기회만 있으면 권한을 끊임없이 확대하려는 관료적 관성에 근거하여, 또 유력 정당으로부터 직무유기(불법선거운동 단속 업무 태만) 시비도 피하기 위해 '국민의 명령'에 공문을 보내 활동 중지를 명령했다. "선거가 시작된 시기에 강원도 내 각 시-군에서 야권통합을 촉구하거나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는 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선거법에 위반된다"면서.

이렇듯 과거 총칼을 휘두르던 독재 권력과의 피어린 투쟁을 통해 쟁취한 대한민국의 정치적 자유와 선거정의는, 이제 선관위 등 비선출 관료 권력이 휘두르는 가위와 방망이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과 법원의 판결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를 엄밀히 따져야 할 헌재마저도 '선거의 공정성'과 '돈 안드는 선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은 상시적 선관위 계엄령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계엄령은 제도권 정당은 대충 비껴가지만, 종종 유력 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도 가위질과 대못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주로는 비정당 시민사회와 인터넷 공간을 억압한다.

선거운동 기간, 주체, 수단・방법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금권, 과열, 혼탁 선거를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란다. 물론 금권 선거 방지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반칙이 없다면 왜 과열이 문제인가? 도대체 무엇이 혼탁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인가? 백보 양보하여 혼탁과 불공정이 다소 문제라 할지라도 국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라는 상위 가치 위에 '후보자들간 공정 경쟁'이라는 하위 가치가 올라가서야 되겠는가? 우리 국민들은 선관위와 법원이 무수한 가위질과 대못질로 정보 편식을 해소해 줘야만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는 그런 바보들이 아니다. 금권 선거는 과감히 고발하고, 혼탁과 불공정은 표로서 심판 할 수 있는 시민적 소양이 있다.

촘촘하면서도 모호한 금지 규정과 수많은 예외로 점철된 현행 선거법에는 신민(臣民)의 정치적 자유를 불온, 불안하게 바라보던 일제 시대 선거법의 정신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동시에 유력 정당들과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기득권 과보호, 잠재적 경쟁자 발목잡기, 시민의 단순 구경꾼화(정치 참여 배제) 정신도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쥐락펴락하고, 선거정의를 위협하는 선관위와 법원은 독재권력이 만든 것이 아니라, 유력 정당과 현역 의원들이 만든 것이다. 선관위와 법원은 단지 관료적으로, 대체로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비해 훨씬 나은 민주주의를 가져온 선거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 돈, 관권, 흑색선전, 야당 탄압이 난무하고, 시민사회의 자율적 정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던 시대가 그리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주체와 수단・방법에 대한 규제는 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국한되며, 선거비용 보전(선거공영제)의 토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대한 규제는 짧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날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치적 자유를 폭넓게 옭아맨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의 권리를 억압하여, 공정의 이름으로 오히려 심각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국민 주권을 선관위와 법원에 헌납한다.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 제한은 선진국 중에서 오직 일본과 한국에만 있다. 이것은 심히 부당하다.

선관위는 2004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편협하게 해석하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과오를 거울로 삼아, 상식과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게 법을 해석하고 집행해야 한다. 헌재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상식과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게 선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선거운동 곧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상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정책과 정당에 대한 반대와 지지는 기간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당과 시민사회 간의 정치적 자유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관료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너무 큰, 모호하면서도 포괄적인 금지 규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돈은 막고 말은 풀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선거정의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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