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막판에 민주당 곽진업 후보의 양보로 민주당과 참여당 사이의 단일화 협상이 성사돼 '야권 단일후보'라는 1라운드에서 승자가 된 이봉수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올랐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여야 후보간의 일 대 일 승부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에서 대표 선수 자리를 거머쥔 두 후보 앞에는 지지층을 결집시켜야할 과제가 놓여있다. 게다가 두 후보 모두 정치적 기반은 정확히 김해을이 아니다. 이봉수 후보는 김해갑, 김태호 후보는 거창이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다. 지지층 결집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또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안티 세력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거전이 치열해질 수록 비난 여론이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태호 후보, 이봉수 후보, 둘다 '안티'에 취약하다는 평이다.
김태호, 노조·시민단체 등 반발…도지사 시절 실정도 넘어야할 산
▲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 당시 김태호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문제는 경남지사를 지내면서 '적'도 많이 만들어놨다는 사실. 김 후보가 재보선 출마 의지를 밝히자 공무원 노조,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가 경남지사 시절 공무원 노조와 대립했던 사실은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알려진 일이다. 김 후보는 노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공무원 노조를 탄압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해고됐다. 전국공무원노조 해고자들이 지난 5일 "한나라당이 김태호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라"고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런 과거 때문이다. 이들은 김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도 밝혔다.
김해 YMCA 등 시민단체들도 김 지사에 대해 "그가 종전 총리 후보 청문회 과정에서 이미 부적격자로 드러나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해 놓고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또다시 김해에 출마하는 것은 김해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최근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로봇랜드 문제도 선거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마산 로봇랜드는 김 지사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실시협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거가대교와 '충돌' 문제로 위기에 부딪쳤다. 마산에 대규모 관광시설인 로봇랜드를 만들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진입도로를 내야 하는데, 그 진입로인 국도 5호선(거제-마산)이 개설되면 민자사업인 거가대교 교통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 경우 경남도가 손실분을 민자사업자에 물어줘야 하는데, 그 액수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문제를 김 후보가 경남지사 시절 알고 있었으나, 이같은 우려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12일자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경남도 관계자는 "2008년 7월 14일 '이순신 대교(국도5호선 해저구간) 추진 상황 보고' 시에 김 전 지사에게 이 사업 추진 시 애로사항을 보고했다"며 "이순신 대교 개통으로 거가대교의 협약상 MRG 손실분을 보전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57조 대체사업으로 전액 손실 보상이 예상된다며 거가대교와의 상관관계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보고를 받고도 김 지사는 예전대로 추진한다고 정리했다는 것이다.
또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 도지사 재직 당시 공관 직원을 사실상 가사도우미로 활용한 사실, 관용차 유용 등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들도 다시 도마에 오를 게 뻔하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역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김 후보가 극복해야될 문제다.
1998년부터 노 전 대통령과 인연, 2007년 문국현 지지로 소원
▲ 야권 단일후보를 거머쥔 이봉수 참여당 후보. ⓒ연합 |
김태호 후보에 비해 이봉수 후보가 극복해야할 안티는 사실 '한줌'이다. 문제는 이런 안티가 야권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봉수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김해 상동면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인제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김해시 농업경연인회장, 김해수질개선대책협의회장 등 지역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아왔다.
이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노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98년이라고 밝혔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추천으로 당시 노무현 의원을 만나게 된 이 후보는 "노무현 의원 행적 속에 노동자 대변인 인권변호사라는 모습은 있으나 정작 있어야할 농민을 위한 노력을 찾을 수 없다"고 직언을 했다고 한다. 이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 이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계속 됐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 이 후보는 김해에 나란히 민주당(당시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했다.
이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 농업정책특보를 맡았고,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8월 마사회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아 마사회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2년 뒤 마사회 부회장을 그만 두고 나와 2006년 5.31 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김해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이처럼 노 후보와 오랜 인연이 멀어지게 된 계기는 2007년 11월 이 후보가 대통령 농업특보를 그만 두고 공개적으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일이다. 문 후보 지지 사실은 이번 재보선에서 참여당 후보로 낙점된 이래로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참여당이 보여준 '고집'과 더불어 친노진영의 결속을 방해하는 요소다.
문국현 쪽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이 후보의 주장도 2007년 대선 당시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2007년 11월 1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문국현 지지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직접 상의하지는 않았고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알렸다"며 "청와대에 그런 의사를 전달했을 때 우려를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정신적 여당인데, 그런 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염려가 된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문국현 지지 입장에 대해 비서실장은 통해 간접적으로 알렸으며 당시 청와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며 문국현 지지 의사를 밝히자 노 전 대통령은 "동의합니다. 그렇게 하세요"라고 동의하면서 격려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2007년 대선 당일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문국현 지지를 호소하는 이 글에서 이 후보는 "오늘은 부패한 과거세력, 경제파탄을 가져온 무능한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느냐, 아니면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 줄 능력을 갖춘 새로운 세력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 선 날"이라면서 "위장전입, 위장취업, 주가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는 부정과 부패 비리와 의혹에 둘러싸인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 '부패가 무능보다 차라리 낫다'는 참혹한 정치현실을 만들어 낸 무능한 세력에게도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노무현 정부를 "경제파탄을 가져온 무능한 세력"으로 비난했다고 보여진다.
2008년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이 후보는 이후 창조한국당을 탈당하고 2010년 1월 국민참여당이 창당하자 참여당에 입당해 경남도당 위원장을 지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여당 김해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김맹곤 후보에게 져서 후보를 사퇴했다. 이후 김두관 경남지사 선대위원장을 맡아 김 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창조한국당으로의 잠시 외유 외에 이 후보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민주당과 참여당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이게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선언과 연루된 일까지 겹치면서 친노진영의 분열로 이어졌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는 현재다.
자기 진영 내 '안티'를 극복하고 단일화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는 이 후보에게 놓여진 과제이자, 유시민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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