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 독려 라디오 연설 가위질…"5공으로 회귀"

'투표 독려, 정권 심판' 등 4곳 삭제…민주당 반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27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어떻게든 투표율을 높이려는 민주당과 중앙선관위가 계속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라디오 연설 내용 일부를 선관위가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삭제된 연설 내용은 "꼭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보태달라" 등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 등이었다.

앞서 선관위는 민주당이 일부 포털 사이트에 낸 '부재자 투표 손쉽게 하는 방법'과 관련된 광고를 중지시켰다. (☞관련 기사 보기 : "한나라당 요청으로 '부재자 투표 독려 광고' 중단")

선관위, 박지원 연설 중 '투표 독려, 정권 심판' 내용 4곳 삭제

박지원 원내대표는 12일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을 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대신한 연설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연설내용을 녹음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 내용을 검토한 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삭제된 부분은 모두 4곳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4월 27일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심판의 날", "국민의 힘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인 '4대 국가위기'와 '4대 민생대란', 공약 뒤집기와 실패한 인사를 심판해 달라", "투표장에 나가 좋은 정당, 좋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행동하는 양심", "꼭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보태달라"이다.

선관위는 이들 문장을 삭제한 근거로 방송시설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위한 방송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98조와 선거운동기간 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254조2항을 들었다.

박지원 "선관위, 할 일은 안 하고…MB정부, 5공 유신 시절로 회귀"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은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행사해달라는 캠페인을 왜 못하게 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녹음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우려가 있는 부분은 KBS측이 요구한 대로 다 삭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관위가 가위질을 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5공 유신 시절로 회귀했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는 부분이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