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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공정택만큼 아꼈던 서남표를 어이 하나…

'경쟁 DNA' 공유한 MB 아바타들, 결국 정권에 짐

카이스트 사태에 대해 청와대도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오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특별한 보고가 없었다"면서도 "전날 대통령실장 주재 회의에서는 포괄적인 보고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카이스트 사태의 핵심에서 원성을 사고 있는 서남표 총장과 청와대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리틀 MB'라 불렸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과 더불어 서 총장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직간접적 후원을 받은 교육계 인사로 꼽힌다.

▲ 지난 2009년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전기자동차 앞에 함께 선 서남표 총장과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MB 마음에 쏙 들수 밖에 없었던 서남표 총장


일부 보수 언론과 정부 당국에서 서 총장을 극찬하고 후원했지만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첫째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서남표식 개혁'에 대한 논란이다. 차등등록금제, 전 수업의 영어강의 등은 이미 몇 년 전부 터 논란이 된 것들이다.

두 번째는 화려한 언론플레이, 청와대 및 정치권과 직통라인 형성,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전기자동차, 모바일 하버 사업 추진, 유력인사들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 등 서 총장의 외부 활동에 대한 것들이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서 총장이지만 그의 '정치적 감각'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로 인해 인해 지난 해 첫 총장 임기를 마친 서 총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적잖은 반대기류가 형성됐었다. 총장선임위원회는 논란 끝에 서 총장을 포함한 무려 다섯 명을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카이스트 학내는 물론 교육과학부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카이스트 이사회는 서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서 총장에 대한 두 가지 비판 지점 모두 청와대로선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뿐더러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2009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참석을 유치한 서 총장의 힘은 막강했다. 이 자리에 이 대통령은 전기자동차도 직접 탔다. 그리고 그 해 추경예산에서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사업엔 각각 250억 원이 배정됐다. 서 총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입학사정관제는 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로 확장됐다.

서 총장은 지난 2008년 정부 신성장동력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다. 서 총장은 이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국민소득 4만불 달성, 좋은 일자리 창출, 지속성장 기반 조성 등이 핵심목표"라며 "대통령께서 모든 국민에게 신성장동력 비전을 제시,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시 신성장동력기획단은 "대규모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맘에 쏙 들 수밖에 없던 행보였던 것.

공정택 당선에 대해 "국민적 지지 확인했다"던 MB

서 총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이같은 관계는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과 이 대통령의 관계에 오버랩된다. 이 대통령은 공 전 교육감이 당선된 다음 날인 지난 2008년 8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규제 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 개혁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공 전 교육감 역시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진곤 교육문화수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며 "대통령도 '수고했다'고 하더라"면서 국제중학교 등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풀어냈다.

당시 MB정부는 공 전 교육감의 당선을 '촛불 트라우마'에서 완전 탈피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공 전 교육감은 국제중 신설, 이른바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일제고사) 도입, 특수목적고 증설 등을 거침없이 추진하며 '반 전교조'의 깃발을 들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야당 도우미'였던 공정택, 서남표는?

역풍은 공정택 전 교육감 쪽에서 먼저 불었다. 공 전 교육감은 2009년 10월 29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확정 받아 교육감직을 잃었다. 그리고 올해 2월엔 교육감 재직 중 승진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억 원, 추징금 1억 46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에 불려다니고 법정에 들락날락하는 공 전 교육감의 모습은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선에서 여당에겐 골칫거리, 야당에겐 일등공신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개인적 비리로 점철된 공 전 교육감과 '소신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남표 총장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두 사람과 이명박 대통령은 '경쟁'이라는 DNA를 공유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에 이어 카이스트에서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 전 교육감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야 직을 내놓았다. 서 총장 역시 아직은 자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장 임명권을 지닌 카이스트 이사회가 15일에 긴급 소집된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당연직인 서남표 총장과 교과부·기획재정부 공무원 등을 포함해 각계 인사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한 키는 결국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는 27일엔 경기 분당을, 전남 순천, 경남 김해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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