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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그들', '쩌것들', '쟈들'…MB, 우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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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그들', '쩌것들', '쟈들'…MB, 우군이 없다

[분석] 행정력 동원한 군기잡기, 과연 통할까?

흔들린다. 남발했던 당좌수표들이 다 돌아오고 있는데 '미안하다'는 지급불가 선언 말곤 방도가 없다. 말(言) 값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한 마디해도 돌아오는 건 격렬한 반발 아니면 조소다. 밖에선 우습게 보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맥이 빠진다. 안간힘을 쓰긴 쓰는데 먹히지도 않고 앞날은 어둡다. 청와대 이야기다.

교육부, 검찰, 국세청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청와대 내에 위기의식은 충만하다. 군기잡기는 307 국방개혁안에 소극적인 군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아직은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확실한 손보기'가 진행 중이다. 현 정부의 강력한 우군이었지만 "신 3권 분립이냐"는 비아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간'이 커진 보수기독교계와 재벌도 예외가 아니다.

▲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신문을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청와대

'무릎 꿇은 기도' 사진 한 장으로 대통령의 체면까지 구긴 길자연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직에 이어 칼빈대학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가 재단이사회에 교원 채용 관련 비리 등을 이유로 해임을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원래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던 사람이다"고 촌평했다.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큰딸 이부진 사장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삼성물산, 신라호텔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개시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의 정예인력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낙제는 아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의가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청와대 인사들은 "오만방자하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개시되기 며칠 전인 지난 달 31일 국세청에선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사회추진회의가 열렸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역대 기관장이 가장 감옥에 많이 가는 데가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 직후 기획재정부는 대기업이 계열사 내부 거래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에 대해 세금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고 국세청은 '변칙 상속과 증여를 통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방지' 하기 위해 중점 관리 대상 유형을 선정했다.

국세청의 중점 관리 대상 중에는 '계열법인의 대표나 주주로 있으면서 경영권 승계 중인 자'가 포함됐다. 오비이락일까?

원장을 비롯해 1, 2, 3차장과 기조실장까지 다섯 자리의 정무직을 모두 외부출신으로 채우게 된 최근 국정원 1, 3차장 인사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도 "속에 이야기는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낼 말은 없다"는 반응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최근 "유가를 포함한 물가 폭등, 전세값 폭등이 결국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깎아먹는 것이니 이 문제를 좀 들여다보려고 했다"면서 "'위'에서 전세값 문제를 포함시키는덴 난색을 표하더라. 물가 문제는 외부 요인이 크다치더라도 전세값은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여권 인사는 요즘 다들 "'엎드려' 명령이 떨어진 분위기다"고 전했다.

고개는 숙였지만 입가엔 냉소만

일견 '군기잡기'에 다들 바짝 얼어붙는 모습이다. 기름값 내릴 여력이 없다고 버티던 정유사들은 일제히 '리터 당 100원 반납'을 선언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대구시장·경북지사도 청와대에 다녀간 이후엔 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속내도 그런 것 같진 않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이 난리를 치는 것 자체가, 레임덕이 오고 있다는 뜻 아니겠냐"면서 "비가 오니 비를 피해 있을 뿐이지만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여권 인사는 "칼을 휘두르려면, 자기 살이 베이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신공항 문제에 대해 '내가 책임질 일이니 문책인사는 없다'는 선언이 비장하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건도 '형님' 부분은 다 피해가지 않냐. 이러면 영이 설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보궐 선거도 '강원 한승수-분당을 정운찬-김해을 김태호로 이어지는 총리벨트' 운운하면서 일을 꼬아버린 게 청와대라는 것이 당 쪽의 불만이다.

믿는 구석이 있긴 있나보다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정도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큰 소리를 탕탕치던 개헌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금 그 이야기 꺼내는 사람은 정신병자 혹은 코미디언"이라고 말했다.

민심이반의 도미노 현상

게다가 과학비즈니스벨트, LH공사 이전이라는 남은 당좌수표의 만기일이 도래하고 있다. 얽히고 섥혀 민심이반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다. 충청과 전북은 불안해 하고 있고 경북과 경남은 "공항 대신 이거라도 챙겨야된다"고 전의를 다진다. 수도권은 "나라 꼴 잘 돌아간다"며 냉소를 짓고 있다.

이러다보니 영남권에선 '즈그들', 호남권에선 '쩌것들', 충청권에선 '쟈들', 수도권에선 '쟤네들'일 뿐이다. '우리 MB'라는 호칭은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갈갈이 쪼개지며 분열이 될 지언정 우군은 없다. 반MB로 국민통합이 이뤄질 기세다.

결국 남은 것은 '조자룡의 헌칼' 같은 행정력 뿐이고, 구리거나 약한 구석이 있는 쪽에 눈을 부라리게 된다. 청와대는 갑자기 "노동계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권 말 군기잡기는 복지부동으로, 복지부동은 또 다른 군기잡기로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그 귀결점은 면종복배(面從腹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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