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에서 '자원외교'를 담당해온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 관련, 투자심의 등 주요 정책 결정 시 회의록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심의 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나 대형 참사(4대강사업, 자원외교, 세월호 참사) 등의 기록물 생산 및 관리 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9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국가기록원은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총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진행했다.
'자원외교' 석유·석탄공사, 리스크위원회 열고도 회의록 미작성
이번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중앙부처 및 정부산하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국책사업 관련 주요 정책을 결정․심의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주요 기록물을 등록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기관은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한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관련, 리스크(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도 제1화~제14회, 제18회~제21회의 회의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관련 내용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상정했으나, 관련 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았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하베스트 인수를 위해 2009년 10월 8일, '해외 석유회사 자산인수(안)'을 의결하고, 그해 10월 26일 자로 인수대상 및 인수금액(C$28.5억→C$40.7억) 등을 변경하고 재심의 했으나 관련 안건을 미등록한 것이다.
이러한 고의적인 회의록 미작성, 심의 안건 미등록 등은 '부실투자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두 공사는 MB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에 나서 특수채 발행을 확대하고 적자가 지속돼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석유공사는 529.4%, 한국가스공사는 306.8%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원본기록물 분실, 무단파기하기도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기록물을 등록·관리하지 않아 원본기록물을 분실하거나 무단파기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종이 서류 등을 폐지업체를 통해 처리했지만, 당시 폐기 목록을 남기지 않아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69회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이중 총 15회의 회의록 원본을 분실했다.
국토교통부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폐지하면서 도면류, 비밀기록물 등 여섯 박스 분량의 종이기록물을 목록 작성도 하지 않은 채 하천계획과로 인계한 뒤, 부서 내 창고에 방치하기도 했다.
기록원, 해당 기관에 시정 요청 및 감사 요청 예정
국가기록원은 기관별 자율점검 체계를 도입하고,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책임 경영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주요 회의록 생산의무 등을 부과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지적사항과 관련해서는 해당기관에 시정 요청,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소연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원장은 "2018년 올 상반기 중 사회․문화 분야, 외교․안보․치안 분야 등에 대한 기록관리 실태점검을 추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기록관리 제도의 전면개편을 통해 국정과제인 '열린 혁신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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