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사에 약 5000억 원(4억8500만 달러)의 지급보증을 추가로 제공했다.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서다.
10일 석유공사는 지난 달 초 하베스트가 2억 달러 규모의 신규 채권을 발행해 운영 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하베스트가 이 채권 원금이나 이자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경우 석유공사가 이를 대신 부담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베스트가 조달한 자금에 석유공사가 지급 보증에 나선 이유는 이 회사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상태라 보증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조치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하베스트는 지난 9월에도 2억85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도 석유공사가 전액 지급보증했다.
당시 채권 발행 사유를 보면 하베스트가 심각한 지경으로 부실 늪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하베스트의 당시 채권 발행 이유는 지난 10월 1일자로 만기가 도래한 2억8250만 달러 규모의 무보증 채권 상환이었다.
즉, 빚으로 빚을 갚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진 회사의 지속 운영을 위해 석유공사가 보증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가 올해 총 지급보증한 금액은 4억8500만 달러에 달하게 됐다. 하베스트의 총 차입금도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육박했다. 차입금 전액은 모두 석유공사가 지급보증했다.
자칫하면 석유공사까지 거액의 빚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으로도 석유공사는 추가 지급보증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베스트는 내년 5월에도 만기가 도래하는 6억3000만 달러 상당의 차입금을 막아야 한다.
사실상 지속적으로 현금이 빠져나가기만 하는 하베스트가 자체 능력으로 갚을 수 없는 금액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찬열 의원(국민의당)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경제적 가치를 지금이라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석유공사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베스트는 지난 2009년 석유공사에 인수되었다. 인수 이후 약 2년여 만에 1조 원에 가까운 거대 손실을 내 부실 인수 논란이 이어졌다. 인수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인수 자문사는 메릴린치였는데, 이 회사 서울지점장은 '이명박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영찬 씨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자원외교를 상징한 이 사업이 권력형 비리 아니냐는 지적이 과거 여러 차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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